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떼마마 Jul 03. 2021

엄마, 매운데 자꾸 땡겨

라면

엄마, 매운데 자꾸 땡겨!

 

 한달에 한, 두번 6살 써니와 함께 호로록 아뜨, 아뜨, 하면서 라면을 끓여먹곤 한다. 이 날은 100g에 몇 만원 하는 투뿔 등심을 구워 먹는 날 보다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처음 라면을 먹는 아이를 위해서는 레시피도 조심스러워야 한다.


<라면이 처음인 써니를 위한 라면 레시피> 

써니의 첫 라면은 오**사의 진라면 순한맛인데 스프는 절반만 넣어야 하니 다시마와 건새우로 육수를 끓여 싱거움을 잡아준다. 혹시라도 혓바닥에 불이날까 조심스러워 마지막엔 치즈 반조각과 참기름(중요) 한방울을 넣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살려준다.


어린이- 순수하고 밝고 뭐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포함하는 숭고한 단어에 라면을 붙이는건 어울리지 않을수 있지만 MSG의 감칠맛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가 된다는 것은 (내 방식의 육아에서) 아이가 어린이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린이가 된다는 것은 아이도 나와 심리적인 거리를 둘 수 있는 권리가 있고 나는 그녀의 영역에 함부로 선을 넘으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콩국수의 밍밍하고 비린맛을 싫어했던 내가 처음으로 엄마와 시장에서 콩국의 고소한 한그릇을 비운날, 어른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에게 어른의 기준은 콩국수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듯 라면은 써니가 어린이의 세계로 향하는 것과 같다. 라면을 먹는동안 어른과 아이로 테이블에 따로 또 같이 있는 느낌이 생경하면서 좋다. 꼭 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술자리를 가지며 성인으로서 첫 인정을 받는 느낌과 참 닮았으니까.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던 본능만 있던 시기에서 매운데도 자꾸 땡기는 욕구를 함께 공유할 수 있을만큼 써니가 자랐다. “엄마, 국물 더 줘”~ 하더니 이제는 취향이 생겨서 


나는 미역국 라면이 좋아


라며 카트에 슬쩍 라면봉지를 담는 아이가 되었다. 그녀의 어린이 세계를 존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18평에서 누리는38평의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