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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마마 Jul 16. 2021

한 모금은 짜지만 한바가지는 짜릿한

바다

“인생은 멀리서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찰리채플린)


 바다에 대한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을 고른다면 이 한 문장에 밑줄을 긋고 싶다. 나에게 바다는 먼 발치에서 보기만 하면 예쁘지만 가서 발을 담그긴 싫은 마음으로 늘 존재한다. 오묘한 청록빛을 기대하고 갔던 바다는 영원히 디지털의 세계에서만 가능했고 현실의 바다는 미역냄새와 거무퉤퉤한 파도, 식당과 숙박업소들의 불협화음으로 눈과 귀를 찌푸리게 했으니까.

 수영장에서는 물개처럼 물살을 가르는 사람이지만 바다에서는 혹시 신발에 물이닿기라도 할까봐 화들짝 놀라는 사람으로 자랐다. 아주 어렸을 적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한 다음 제대로 된 샤워시설이 없는 곳에서 긴 머리카락에 엉겨붙은 모래알을 제대로 씻지 못하고 온몸에 소금기가 가득 남은 채로 대충 옷을 입고 다음 일정을 보냈던 기억은 나의 육아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와 함께 모래를 밟으며 노는 동안에도 차가 지저분해지는것이 걱정되어 놀이의 한계선을 늘 정했다. 반면에 그런 것들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온몸을 흠뻑 담그는 가족들을 보며 나는 왜 저들처럼 완전하게 풍덩 하고 몸을 담그지 못할까?생각한다.


 바닷물을 한 바가지 먹고 코로 들어가는 고통을 감수 하고서라도 파도가 치면 서핑보드에 올라타는 사람들, 그리고 할딱 할딱 끝까지 숨을 참아내며 고요한 바닷속의 눈부신 광경을 단 한번이라도 겪어본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자신감은 100시간의 독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삶에서 슬쩍 발만 담그며 맛만 보는 내 태도는 바다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짠맛과 미역 냄새, 날카로운 모래 알갱이에 연연해 하는 나의 조심성을 올 여름에는 꼭 한번 풀어헤치며 아이와 모래범벅이 되고싶다.

 진정한 내가 되려면 나다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답지 않은 행동을 통해 나다움을 찾게 되고 진정한 내가 될 수 있다. 바다가 그것을 알려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로 여름휴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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