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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마마 Jul 19. 2021

소비와 후회 채움의 상관관계

후회

후회라는 키워드에 대해서 반사적으로 글감이 3개나 떠오른다.  

 

글쓰는 재미를 왜 이제야 알았을까? 나는 그동안 나의 정체성을 단지 많이 읽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많이 읽을 수록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며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 될 수 있어서 좋았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쉬지 않고 소비만 하다가 우연히 찾아온 공백기간에 쓰는 경험을 하며 이후로 쓰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을 스스로 정의하는 사람, 작은 조각조각의 일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엮으며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알았다. 펜과 노트 노트북만 있다면 나는 어느 장소에서건 가장 행복해질 수 있다.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자신감은 글을 쓰고 얻은 최고의 선물이다. 이 좋은 것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워킹맘이 되면서 극강의 돈모으기를 했다. 풍차적금돌리기를 하면서 매달 연금처럼 만기되는 적금을 보며 쓰는 재미에서 모으는 재미를 아는 사람으로 변했다. 집에 있는 예쁜 쓰레기들을 하나씩 버릴 때 마다 “이렇게 힘들게 벌어서 나는 왜 몇 시간만에 쓰레기가 될 것들을 사겠다고 돈을 쓰고 시간을 쓰고 마음을 썼던 걸까? 세상의 모든 예쁜 것들은 다 가지겠다는 무의미한 욕심이 매일매일 후회스럽다.


2년전 부터 몸의 이곳 저곳이 적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제발 따뜻한 음식을 먹으라고 나에게 빵 대신에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먹어달라고 내 몸이 아우성 쳤다. 하루에 이런 소소한 기쁨마저 없으면 어떻게 일을 하냐며 10년 넘게 매일 커피와 디저트를 먹어왔던 나 자신의 나쁜 습관이 후회스럽다.


굵직한 3가지 후회를 한 곳에 모아놓으니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무분별한 소비다. 나를 채우기 위해서 했던 모든 소비들은 결국 나를 채우지 못했다. 열심히 글을 쓰고 가계부를 쓰고 운동을 하려고 몸을 쓰는 순간에야 비로소 내가 채워진다는 매커니즘을 이제서야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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