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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케 Mar 24. 2022

예비 전남편과 떠난 이혼여행

챕터 5 결혼사유 3

“혹시 내일 마리를 데려와 줄 수 있을까? 마리가 집 문을 닫고 우리 부모님을 쫓아냈어.”     

 한밤중에 인상 좋아 보이던 루카의 부모님이 인심 좋은 마리네 집에서 쫓겨났다니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람.     

주말에 아들과 손녀를 보러 북쪽에서 차를 달려 파리로 내려온 루카 부모님은 아들이 없는 집에서 쫓겨나 근처 호텔로 주말 동안 묵으시러 가셨고,  소식을 들은 루카는 철심으로 겨우 붙여 놓은 손가락으로 전화를 걸어 우리에게 대신 마리를 찾아가 상황을 봐주길 부탁했어.     


그 다음 날 오전, 우린 마리를 찾아갔지.

마리는 루카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잔뜩 겁먹은 얼굴로 문을 열어줬어.  뒤에는 엄마의 불안함을 느낀 줄리가 엄마 옷을  붙잡고  있더라.     


어제 루카 전화 받고 왔어, 괜찮은 거야? 루카가 걱정하더라”     


마리의 참았던 감정이 이제야 눈물과 함께 사방에 쏟아졌고, 줄리의 불안한 울음도 같이 연쇄적으로 폭발했어.     


너무 무서워. 줄리를 뺏기게 되면 어떡하지?  줄리 없이는   없어”     


어떤 배려는 상황에 따라 위협으로 느껴질 때가 있지. 항상 남의 상황을 잘 고려 한다는 게 쉽지 않아. 입장 차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 남의 마음이 늘 내 맘 같지 않으니까.     

루카의 병간호를 하며 어린 줄리를 돌보는  어려울  같아 보인 루카의 부모님은 마리에게 줄리를 당분간 루카 부모님댁에 맡길  제안 했고, 마리는 혹여라도 루카가 잘못된다면 그대로 줄리를 다시 보지 못할  있단 두려움에 루카 부모님을  밖으로 내쫓게 된거였어.     


마리의 얘기를 듣고 나서  그제서야  가지가 궁금해졌어.


줄리의 성이 누구를 따르고 있었더라. 루카였나 마리였나.  아이 성이 뭐였지.’      


루카와 마리는 10 넘게 동거 커플로 지내다 줄리가 태어났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어. 이건 프랑스에서 흔한 경우야. 그리고 마리는 줄리의 양육에  힘쓰기 위해 직장을 그만 뒀는데 이건프랑스에서 드문 일이지. 하지만 루카의 직업과 경제력이 워낙 안정적이어서 문제 없어 보이는 선택이었어. 흔하고 드문 케이스지만 셋은 더욱 행복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루카의 바이크가 뒤집히며 이 행복한 결정도 뒤집히게 된거야.     

동거 커플에 수입이 없는 마리가 줄리의 양육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 거야. 혹여라도 루카가 잘못된다면 경제적으로 법적으로 월등히 우세할 루카의 부모님으로부터 아이를 뺏기지 않을까 무서웠던 거지.     


 순간 나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단  깨달았어. 프랑스인조차 모국에서 법적으로 자기 아이를 지킬  있을지 자신이  드는 위치인데, 외국인인 나는 과연 같은 상황에서 아이를 지킬  있을까? 결혼은 사랑 이후의 것을 보장하는 제도란  말이야. 사랑이 끝나는 시점에  중요할 거란 .     

체류조차 불안정할 외국인 엄마가 아이의 양육권을 주장할  있는 법적 제도가 있는지도 몰랐고, 체류증 갱신조차 까다로운  나라에서 법적 조치를 내가 과연    있을지 매우 의심스러워졌지.     


그때 결심했어. 결혼하지 않을 거면 프랑스를 떠나기로. 시민 연대계약이란 나에게 그다지 유리하지 않을 선택일 것도. 그걸로  신분과 지위가 보장된다면 성소수자들이 결혼할 권리를 위해  터져라 싸우지도 않았겠지.     


 아직 가져 보지도 않은 너와의 아이를 이미 뺏기는 경험을 상상 속에서 보곤 마음을 굳혔어. 그리고 내가 외국에서 낳게  아이는 무조건  한국 호적에도 올려야겠다 결심했지. 그래야 내게 유리한 모국어로라도    방어라도  테니까.     


난 이 생각을 마친 후, 체류증이 만료되는 시점을 한국 귀국 일로 잡고 비행기 표를 예약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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