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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광열 Dec 26. 2023

34세 노총각 귀농을 선택하다.

ㅄ같은 유통업자 때문에 가업에 뛰어들었다.

 

여름철 묘목 곁순 제거 작업

  우리 집은 일제강점기부터 3대째 '묘목 재배'를 가업으로 하고 있다. 묘목은 '어린 나무'인데, 주로 과수원에 사용되는 유실수 나무를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사과나무, 복숭아나무, 체리 나무, 대추나무가 대표적이다. 나무 1주에 소비자 판매 가격으로 8천 원 정도의 가격을 받는다. 이런 나무를 2만 평에서 1년에 10만 주 가까이 생산한다.


글쓴이,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일제강점기부터 묘목업을 해왔다고 하면 남들이 '부자'로 오해를 한다. 해마다 <묘목 1주 8,000원 * 100,000주= 8억 원> 엄청나지 않은 가? 하지만 10만 주 모두 소매로 판매할 수 없다. 이 중 60% 정도는 도매로 판매한다. 이때 묘목의 가격은 소매가의 40%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 또한 총생산량의 10%는 버려진다. 묘목은 스마트 농업과 같은 자동화, 기계화가 어려운 농업 분야이다.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들어간다.



  물론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있다. 전국적인 유통망을 지니고 있는 유통종묘업체, 장사꾼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절대 손해 보는 거래는 하지 않는다. 이들은 농민에게 묘목을 낮은 가격으로 많은 물량을 매입해 전국적으로 유통한다. 많은 물량을 유통하니 묘목의 가격 결정권은 이들이 지니고 있다.


사과묘목 굴취 후 차량에 싣고 있는 모습

 3년 전,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묘목을 유통종묘업체와 장사꾼에게 도매가격으로 전량 납품했다. 조부의 '기술력'과 부친의 '규모화'로 질 좋은 묘목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10만 주에 달하는 묘목을 판매하기에는 판로가 역부족이었다. 유통업체의 비유를 맞춰주며 묘목을 생산하고 납품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통업체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사장님, 이거 못 팝니다. 이게 나뭅니까?"

  유통업체 사장의 말 한마디가 아버지를 열받게 했다. 유통업체 사장은 당시 3,000평 정도의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이 또한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 사람은 묘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묘목은 종류와 품종에 따라 우량묘 기준이 각기 다르다.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평생을 농사만 지어 온 부친에게 지적질을 했으니, 아버지 속이 말이 아니었을 거다.

  

개설한 블로그 소매판매를 하고 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아버지께 이야기를 듣고, 나도 '빡'이 쳤다. 당장 그 인간에게 달려가서 면전에 욕을 뱉고 싶었지만 참고 참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개인 취미로 운영 중이던 블로그에 묘목판매 포스팅을 시작했다. 그리고 블로그를 비롯한 SNS 마케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1년 만에 매출액이 2억에서 4억으로 상승했다. 나는 사직서를 내고 전업으로 가업을 잇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34세 노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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