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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 Jan 23. 2021

사는 게 그래요.

에드워드 호퍼< >

  ‘원래 사는 게 그래요. 내가 뭔가를 원한다면, 그걸 자석 같은 걸로 표현할 수 있다면... 내가 원한 다는 건 나랑 같은 일종의 자성을 갖고 있다는 거죠. 자석 아시죠? 자석은 같은 극끼리 미친 듯이 밀어내잖아요? 자기부상열차 들어봤죠? 아니 그 원리로 그 무거운 열차도 들어 올리지 않나? 정확한 원리? 그걸 왜 지금 물어봐? 아무튼 사는 게 그래요. 원래 사람은 자신과 같은 극에 마음을 뺏기죠. 나랑 같으니까.... 그러니까 끌리는 거지. 뭐 같으면 공감되고 색깔도 비슷한 거 같아서 편안하고 당연한 거지. 그런 말 들어봤죠? 누구를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결국 첫 번째 유인은 나랑 닮았는가 아닌가예요. 그걸 확인한 이후에 다른 이유를 찾기 시작하는 거지. 본능이 그런 거야. 그러니까 그 유유상종이다 뭐 그런 말도 나오는 거 아니겠어요? 그럼 싫어하는 건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몰라서 물어요? 본디 좋아하는 거랑 싫어하는 거랑은 감정 밑바닥까지 가면 차이가 없어요. 못 믿겠다고? 잘 생각해봐요. 지난번에 가족이 그렇게 밉다고 했지? 그런데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을 잘 살펴봐. 그렇게 미워하던 가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생각해보란 말이야. 잘 모르겠다고? 모를 리가 있나? 결국 좋아하는 걸 보답받지 못하면 싫어지고 미워지는 거야. 아주 단순한 거라고. 우리는 그렇게 평생 거울을 보며 살아가는거지. 사는 게 그래요.


그런데 재밌는 게 뭐냐면 그렇게 끌리고 원하는 것들이 아무리 가까워지려고 해도 계속 멀어지고 튕겨내요. 왜냐고? 같은 극이니까.... 사는 게 그래요. 뭐가 됐든 원할수록 멀어지는 거예요. 그게 그렇게 우주가 설계되어 있다니까. 벗어나는 사람은 몇 없어요. 몇 없으니까 그런 사람들이 뉴스에도 나오고 유명해지고 하는 거지. 원하는걸 지구 모든 사람들이 다 가지면 그게 말이 되나? 그러니까 애초에 내가 정말 원하는 건 절대 가질 수 없는 거예요. 아주 미치는 거지.


그래서 난 정말 뭐를 원하면 나를 속여요. 마치 난 저걸 원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 그게 처음은 어려운데... 아 지금은 어떻냐고? 당연히 지금도 어렵지. 근데 속일 필요가 있어요. 잘 생각해보라니까. 나 스스로도 미치도록 갖고 싶은데 계속 멀어져 가질 수 없어. 그럼 제정신 유지하고 살 수 있겠어요? 사는 게 그래요. 뭐라고? 어떤 것들은 노력해서 얻을 수 있지 않냐고? 뭐 그런 것도 있겠지. 하지만 생각해봐요. 내가 원하는 게 수십, 수백 가지가 있다면 그중 정말 나를 꿰뚫는 게 있지 않겠어요?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내가 단어가 약해요. 내가 말이지 어릴 때는 받아쓰기 왕이었지. 그 기억하죠? 우리 학교 다니면 그 있잖아 글자 처음 배우면 매일같이 보던 시험, 사실 시험이라고 할 수나 있나? 그냥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 전에 한 글자라도 더 읽고 온 애들 기분 좋게 해 주려고 이벤트 하나 열어준 거지. 아니 안 그래요? 그게 뭐 생각할거나 있어? 생각할 여지가 없는 건 시험이 아니라고 봐요 난. 아니 자꾸 다른 이야기로 새네.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아! 맞아. 그렇지. 내 마음속 어딘가를 꽉 잡고 있는, 원하고 또 원하는 걸 생각해보자는 거지.


아니 생각해봐요. 오늘 무슨 말을 나한테 하고 싶었어. 어떤 것을 가질 수 없어서 잊고 싶다고 했죠? 지금 당장 뭔가를 잊고 싶지? 그럼 내가 원하는 게 뭐냐를 생각해보자는 거지. 그냥 잊고 싶은 대상에 대한 감정에 집중하게 되지? 그래서 문제인 거야. 우린 헛수고한 거지.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건 그 대상이 아니라 잊고자 하는 마음 그 자체라구. 그걸 놓치니까 힘든 거야. 자꾸 그 대상을 잊고 싶다고만 생각하고 또 원하니까 잊지를 못하는 거야. 대상에만 집중하니까 계속 마음에 남는 거지. 사는 게 그래요. 원할수록 멀어지는 거야. 아니 그 대상은 그렇게 아직도 원하고 미치도록 갖고 싶은데 말로만 잊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잊히나? 그건 그냥 잊고 싶다가 아니라 간직하고 싶다는 말이나 같은 거예요. 잊고 싶다~ 잊고 싶다~~ 하면서 사실 계속 떠올리고 마음에 새기는 거지. 그럼 어떻게 하면 되냐고? 여태 말했는데 그걸 또 물어봐?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잊겠다는 생각에서 대상을 조금씩 분리하는 거야. 자유로워져야 해. 그 요즘 그런 말들 많이 하잖아요? 아니 왜 서점에 가봐. 책 제목들이 다 똑같잖아. 받아들이라고 하잖아. 뭐 그런 거지. 사는 게 그래요.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거야.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책들에 단순히 받아들이는 거 자체에 과몰입하지 말라는 말은 없는 거 같더라고. 그걸 놓치면 또 우리 같은 사람들은 왜 받아들여야 하는지 또 머릴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하는 거야. 다른 대상을 스스로 만들어버리는 거지. 지금까지 내가 한 말 이해했어요? 요컨대 받아들인다는 생각 자체에서도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는 거야. 사는 게 그래요.


나는 어떻게 사냐고? 모르지 뭐... 아... 그런데 난 눈물이 잘 안 나더라고. 잘 울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진짜라니까 그러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에요. 살면서 참 많이 들었어. 왜 울지 않냐고 하더라고. 대답? 아니 못했지.... 내가 어떤 상황에 울었어야 했는지도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대답해. 그냥 웃었지. 그러니까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날 항상 웃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난 그걸 내가 자유롭다고 생각해요. 자유로우니까 울지 않아도 되는 거지. 내가 사는 게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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