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있다. 어떤 문장이 생각나기도 하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에 대해서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겠거니 했는데 문득 이건 나만의 특성같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내게 창작욕이 큰 것 같다고 말했는데, 맞다. 다만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거라 그게 큰 건지, 작은 건지, 누구에게나 있는 건지 잘 몰랐지만 요새들어 알게 됐다. 나는 항상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표현의 수단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편하고 익숙하게 여기는 것은 글로 쓰는 것. 좀 더 다듬어나가고 싶은 것은 영상으로 만드는 것. 결국 하고 싶은 것은 글과 영상을 만들며 정제하고 벼려낸 생각을 큰 목소리로 내는 일. 목에는 구슬같은 것이 언제나 굴러다니고 있고 이것은 아직 밖으로 한번도 나온 적이 없다. 이 구슬은 편안할 때는 푸르고 작은 알갱이 같고, 종종 참을 수 없을 때는 가슴부터 목구멍을 꽉 채우는 용암같다. 용암은 밖으로 나오려해도 목 끝을 단단하게 막고 있는 무언가 때문에 나오지 못한다. 그러나 알 수 있다. 이 용암은 용암처럼 치솟아야 득이 되는 순간이 있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내가 할 일은 작은 구멍을 뚫어 조금씩 숨통을 트여주고 서서히 흐르게 만드는 것. 어쩌면 덜덜 떨면서 뱉어내는 것.
말하고 싶은 욕구는 시도때도 없이 고개를 든다. 말로 표현되지 못한 것들은 안에 쌓이는데 최소한 글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해 남은 것들은 왠지 주체성을 잃게 만들어 무력감 일으킨다. 잘못된 것은 말해져야 한다. 바꾸어야 하는 것들은 이야기 되어야 한다. 이야기 되어야 하는 것들은 긴 이야기 끝에 결국 이름을 받아야 한다. 긴 이야기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며, 듣는 이의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격받아 무너지기 쉽기 때문이다.
모든 비정상적이고 일반적이지 않으며 다수가 아닌 것들에는 이름이 붙어야 한다. 이름을 붙여 우리는 그것에 대해 힘들여 설명할 필요없이 더 자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름이 붙는 순간 존재에는 힘이 생긴다. 아니다. 이름이 붙는 순간 존재는 존재함을 입증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입증하지 않아도 이미 존재했지만, 지우려는 (혹은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가장 확실하게 내가 여기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스스로가 누구인지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