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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똥가리 Oct 26. 2021

기린, 안녕.

사파리 캠핑장 - 나미비아 '에토샤 국립공원'

스피치 코프에서 별을 보려고 야영을 했는데 별난 바람에 혼쭐만 났다. 

그릇뿐만 아니라 우리 몸뚱이까지 씻는 둥 마는 둥, 차애 모든 걸 던져넣듯 싣고 '에토샤'를 향해 출발했다.

아프리카에서 손꼽히는 사파리 국립공원으로 꼽히는 곳이며 안전한 곳이다. 


소금사막의 사파리 '에토샤 국립공원'

에토샤는 1907년에 세계에서 가장 큰 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가 1967년 국립공원으로 격상됐다. 동물의 왕궁과 같은 사파리이면서 소금 사막이다. 에토샤 국립공원의 면적의 약 23%가 염호라고 한다. 에토샤는 염호라를 뜻을 가진 말이다. 이곳엔 여름에만 잠깐 비가 온다. 물이 고이면 새들이 모여들기도 하지만 평소엔 거의 말라있다. 길을 다니다 보면 하얀 돌꽃 같은 소금들이 맺혀있는 것도 보인다. 

 

1년 내내 샘솟는 작은 샘들이 있고, 멸종 위기의 코뿔소와 기린과 검은얼굴임팔라 등 온갖 동물들이 생존하고 있다. 약 850km에 이르는 공원 경계지를 따라 기다란 담을 둘러치고 동물을 위해서 새로운 워터홀(물웅덩이)을 인공적으로 50여 개가량 더 만들었다. 캠핑장은 이 공원 경제지 내부에 워터홀을 끼고 만들어져 있다. 해가 지고 나면 온갖 동물들이 물을 마시러 워터홀에 몰려들고 캠퍼들은 지정된 공간에서 조용히 이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에토샤 국립공원 캠핑장에 있는 워터홀. 사파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 이곳은 생명수가 나오는 우물이다.


캠핑을 위한 공간도 있지만 카페와 수영장과 롯지도 있고 매점도 있다. 이곳에서 일주일을 지내면 사파리 동물들과 함께 정말 드물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만큼 인기가 좋아서 캠핑장 예약은 미리 미리 해야 한다. 우리는 일단 몸을 싣고 에토샤 국립공원으로 이동을 했다. 미리미리 예약 따윈 안 했다. 한 달 여행은 아프리카에서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이동하는 동안에 보이는 풍경이 또 달라진다. 사람도 건물도 비슷한 듯 하지만 묘하게 풍기는 느낌이 다르다. 

 

국립공원이 가까워지는 곳. 국립공원 경계 밖에 사는 사람들이 입구에 모여서 그늘을 차지하고 쉰다.
국립공원 입구. 이 입구와 울타리 내부에 큰 캠핑장들이 있다. 우선 가장 가장 유명한 곳으로 고고.


아프리카에서는 사파리 캠핑이 최고다. 눈만 뜨면 산이 보이는 대한민국과 가장 다른 풍경들이 보인다. 아프리카는 마른나무들과 가시덩굴 지천이어서 더욱 이국적이다. 


에토샤 국립공원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선 순간부터 기절 모드였던 팀원들의 목이 쭈욱~ 늘어났다. 기린 각이다. 잘 깔린 도로를 따라서 캠핑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야생에서 사는 동물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길게 뺀 목으로 왼쪽 오른쪽 열심히 살피다가 누군가 소리를 쳤다.


"앗, 기린이다."

"어디, 어디?"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는다. 차에서 졸다 깬 사람도 휴대폰부터 집어들었다. 두리번거리다 보니 숨은 그림 찾기 게임을 하는 것처럼 나무 옆에 서 있는 기린이 보인다. 월리를 찾아라 게임 같다. 마른나무 가지 옆에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기린이라니. 자기 보호를 위한 방법이었을까? 정말~~ 귀엽다는 말 밖에는. ^^


차를 세우고 한참을 기다리니 마음이 놓였던 걸까? 살짝살짝 움직이는 것만 봐도 신기하다.

 

야생의 환경에서 그렇게 우리는 기린과 첫인사를 나우었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몸도 꿈쩍하지 않고 나무 옆에 바짝 붙어서 '나도 나무다.' 최면이라도 걸린 듯 서 있다.  사파리 투어를 할 때는 조용히 동물 먼저 지나가게 하는 기다림과 여유과 배려가 필요하다. 그것은 규칙이다. 첫 대면에 대충 인사할 수 없어서 우리는 정차를 하고 잠시 섰다. 조금 마음이 놓였던 걸까? 큰 키로 나무를 뜯어먹는 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나.   

에토샤에서 사는 검은얼굴임팔라. 


조금 더 가다가 임팔라를 만났다. 개그맨 지석진의 별명이기도 한 '임팔라'. 왜 별명이 임팔라가 되었나 찾아보니, 도망가는 모습 때문이란다.  어디 도망가는 것으로 보이나? 세상 느긋한 산책같이 보이는 것을.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이렇게 사진을 찍는다.


에토샤에서는 셀카 따윈 찍을 생각을 못하게 된다. 저절로 내가 아닌 무엇인가를 찍게 된다. 해서 전할 이야기가 많다. 에토샤 사파리 국립공원에서 본 동물과 캠핑에 대한 이야기, 사파리 국립공원 내에서 자유 투어를 즐기는 방식과 지켜야 할 규칙들, 하루 일과가 태양의 시계에 맞춰지는 까닭,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워터홀의 밤 이야기 등.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라도 이곳에서 숙박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잘 준비해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일주일 가량 머물러 있기 좋은 곳이다. 캠핑하며 한달살이를 한다면 더 좋고. 


에토샤에 도착해 물어보니 아니나다를까 만석이다. 캠핑장에서 텐트 두 개를 칠 공간을 배정받기 위해 우리는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두고 카페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앞에는 수영장이 있고, 마치 동남아시아의 풀바(pool bar) 느낌으로 만들어져 있다. 허기진 배를 달리기 위해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시켜서 마시는 중에 외국인이 말을 걸었다. 우리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놨다,,,등등 이야기를 나누고 앉아있는데 그분이 캠핑장에 취소된 팀이 있는 거 같더라고 얼른 라운지로 가보라고 알려줬다.


 튀어.

아직 오케이 된 것도 아닌데. 뛰어가는 내내 우리는 웃었던 것 같다. 서둘러 달려가면서 기쁜 소식이 우리의 것이 되길 바라면서 달렸다. 허겁지겁 뛰어온 우리 얼굴을 보고 라운지 직원도 웃었던 것 같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호의적 도움으로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우리는 야영을 할 수 있게 됐다. 

그 기쁨이란. 태어날 때도 이렇게 기뻐했을까? 

아니지. 울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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