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똥가리 Nov 03. 2021

사파리 캠핑장을 소개합니다

나미비아 에토샤 국립공원 

드디어! 드디어 텐트를 칠 수 있는 두 자리를 배정받았다. 그것도 에토샤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캠핑장이다. 기본적인 시설도 시설이지만 야간에 동물들을 볼 수 있는 워터홀이 가장 멋진 곳이다.

오후 내내 캠핑장을 받으려고 대기를 했던 터라 야영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사파리 캠핑장은 이렇게 생겼어요

캠핑장 구조


사파리 캠핑장은 동물 보호 구역 내에 있다 보니 샤워장과 화장실을 공용 시설을 사용한다. 

수영장과 Pool Bar 겸 식당이 있는 구역이 있고, 여행사 트랙커팀들을 텐트촌이 지어진 구역이 있었다.

우리는 꽤 괜찮은 자리를 차지했다. 수돗가가 가깝고 샤워장도 바로 옆에 있다. 워터홀로 가려면 직진하면 되는 자리였다. 야간에 헤맬 우려가 없어서 좋았다. 해가 지기 전에 우선 텐트 칠 자리를 정리하고 식사 준비에 들어갔다. 배가 많이 고팠다. 

텐트칠 자리를 배정받으려고 기다린 탓에 지쳐있기도 했고, 야간 워터홀 관람을 서두르고 싶은 마음에 저녁은 간단히 먹기로 했다. 캠핑할 때는 장작불을 피워야 한다. 아프리카지만 저녁 무렵이면 기온이 떨어져서 괴로울 정도로 덥진 않다. 라면을 끓이고 밥을 하고 국물까지 남김없이 먹었다. 나날이 식성이 사나워진다. 

   


사파리의 생명수, 워터홀


먹고 자는 일을 모두 해결되고 나니 긴장이 풀린다. 우리는 설거지 따윈 좀 미뤄두기로 하고 워터홀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생긴 곳인지를 그것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워터홀 가는 길


캠핑장을 가로질러 로지 구역을 지나면 담장이 쳐진 곳이 나온다. 담장 둘레에는 앉을 수 있는 의자가 길게 늘어져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커피와 차와 망원경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어두운 밤이 되어야 본격적으로 동

물의 왕국을 느낄 수 있지만 사람들이 느긋하게 앉아서 해가 지는 것을 보기도 한다. 


망원경으로 워터홀을 보고 있는 관광객


그러다 보면 물 한 모금을 마시러 찾아온 동물들을 볼 수 있다. 같은 종이든 같은 종이 아니든 초식 동물들은 서로서로 어울려 차례로 물을 마시는 것을 볼 수 있다. 


복잡한 걸 싫어하는 기린인가 보다. 이른 시간에 먼저 물을 마시러 들렀다.


우리가 워터홀에 도착했을 때는 기린 무리가 먼저 와 있었다. 그리고 뒤쪽으로는 기린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길게 줄을 늘어선 채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은 사뭇 비장하게 보이기도 했다.

한 마리가 물을 마시고 완전히 빠지고 나면 다음 기린이 움직인다. 두 번째 기린이 움직이면 세 번째 기린이 움직이고, 세 번째 기린이 움직이면 네 번째 기린이 움직인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함께 살아가는 단순한 규칙이 유난히 묵직하게 느껴졌던 것은 그곳이 아프리카여서 그랬을까? 

사파리여서 그랬을까? 




해가 지면 코끼리 가족과 코뿔소와 사자가 찾아온다고 했다. 이곳에서 소리를 내선 안 된다. 물을 마시고 잠을 자러 가는 동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용조용히 지켜봐야 한다. 구경하는 내내 여기저기서 그저 감탄하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기온이 꽤나 떨어져 추워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설거지를 마치고 커피를 타서 다시 찾아오기로 하고 자리를 떴다. 시간을 잊게 하는 야간 워터홀 관람을 위해서는 단단히 옷을 챙겨 입고 나서길 바란다. 추위와 떨면서도 두세 시간이 금방 지나가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기린, 안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