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띄우는 굿모닝 레터
20220614.
도서관.
봄비.
가랑비에서 소나기로.
쏴아~~~~~~.
비가 내리는 모양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 내림에도 제각각의 결이 있구나."
바람이 돌아가는 곳에선 물결처럼 서로 부대끼며 우우~ 밀려가서 포물선을 그린다.
공중 곡예를 하듯.
너른 놀이터 위 거칠 것 없는 하늘에선 참 곱고 이쁘게도 내린다.
바람이 비를 흔들어대는 곳엔 대체로 무엇인가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나무.
나무와 나무 사이의 틈새로 공기가 지나가는 자리에 바람이 생겨나고, 그 바람에 비가 격정적인 흩뿌림의 결을 보인다.
아예 빼곡히 나무가 들어선 자리에 내리는 비는 굵은 방울 몇몇이 겨우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타고 타고 타고 내려가면서 겨우 땅에 추락하듯 닿는다.
비도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겠지.
비 내리는 것이나 우리 사는 것이나 같다.
어떤 결을 만들어낼 장애물을 만날게 될지도 모르고
닿게 될 곳이 어디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결국엔 모두 땅에 닿는다.
닿으면 같아진다.
결이 다르게 내리던 빗방울은
땅에 스며들면
돌고 돌아 하늘로 올라가서 다시 비가 되어 내릴 테니.
곱게 내린 것만 비일까?
험한 모양의 결로 땅에 닿아도 비인데.
결을 만드는 과정의 그 어디에다 의미를 두는 것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다.
어느 비는, 바람을 겪으며 휘인 채로
어느 비는, 곱게 이쁜 채로
어느 비는, 온몸이 아프도록 그렇게
제각각의 결대로 땅에 닿고,
땅에 닿아야 다시 비가 될 수 있다.
당신의 결대로, 나의 결대로 제각각 살아야 하는 오늘 하루.
서 있는 곳이 놀이터이길 바라지만 바람이 불거나 나무숲이 있거나 그곳이 어디든.
부디, 조금 덜 아프고 고운 하루를 맞길 바라본다.
부디, 땅에 닿을 수 있길 바라본다.
부디, 모든 일을 겪어도 항상 다시 '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