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제격인 스트레스 해소법, 그네 타기.
달이 밝고 바람이 적당히 쌀쌀해진 밤,
놀이터에서 그네 타기 좋은 날이다.
햇빛 가득한 시간엔 애들이 뛰다간 놀이터가
밤이 되면 낙엽과 흐린 조명밖에 없다.
엉덩이 모양에 맞는 플라스틱 널빤지에 몸을 앉히고, 줄을 손에 쥐면
발구르기는 뇌의 지시 없이도 자동으로 나온다.
가을바람을 느끼기에는 최적의 행위이자,
현대인의 적 ‘탈모’의 주범인 뜨거운 머리를 식히기에도 유익하다.
체면을 마스크로 덮어버리고, 후드를 뒤집어쓰고,
귀에는 에어팟, 두 눈은 먼 곳을 응시한다.
귓속에 요즘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가 흐르고,
시선은 낙엽의 색깔, 달 표면, 구름의 이동을 쫓아가 본다.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일 때마다 이마는 차게 식어가고 있다.
간간히 늦은 귀가를 하는 주민들이 보이지만,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게 나만의 룰이라 더 먼 곳을 바라본다.
어린애들 무리가 점령하던 놀이터를 혼자 점유하는 건 약간 짜릿하다.
노래 두 곡쯤 감상하면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착지를 기다린다.
충분한 시간만 기다리면 부드럽고 안전하게 착륙한다.
또는 빠른 그네 속도를 거스르고 애들처럼 점프해서 내리기도 한다.
어떤 방법이든 착지는 조금 아쉽지만 내일 밤을 또 기약한다.
어느 밤, 놀이터를 지나다 나처럼 후드 뒤집어쓰고 그네 타는 어른을 봤다.
이 동네 그네들은 어른의 무게를 꽤 잘 버티지만, 철봉이 조금씩 휘어져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