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xit Jun 10. 2022

아트페어기행

21년이지만..,

       

목금토일 열리는, 코엑스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가기로 했다.

해당 페어에 '작가'로 참여하는 지인이 있어서 미리 인터뷰도 요청해 놓았다.


21 공예트렌드페어 포스터


듣기로는 목요일은 vip들이 먼저 방문하고 금요일부터 일반인들이 방문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자 궁금증이 생긴다. 만약 vip들이 구경,감상하다가 마음에 들면 작품들을 살텐데, 그러면 우린 vip가 선택하지 않은 '나머지' 작품들만 구경할 수 있는건가? 뭐, 이런 부조리한 호기심은 저리 치우자. 예술에 '나머지'가 어디있겠는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다른 문제가 생긴다. '예술가'. 이 칭호는 교과서에서만 보던거라, 친한 지인에게 치하해도 될지, 또 그 예술품들에게 얼마나 진지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가 또다른 문제였다. '예술가'라 하면, 워낙 미켈란젤로, 반 고흐, 드뷔시, 도스토예프스키 등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 주입식 교육의 피해자. 그들을 실제로 본적도 없는 나에게는 예술가는 범접할 수 없는, 저 멀리에 있는 아우라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이 때문에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고 감상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글은 써야하니, 아우라가 아니라 안개라고 생각하자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선풍기로 안개를 거둬버리자, 후후.. 예술가라는 '칭호'가 아닌 '명칭', '직업'이라 생각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었다. 별의별 생각을 하다보니 장소에 도착했다. 각 부스의 위치가 적힌 팜플렛을 받아 들어 곧장 지인의 부스로 향했다. 훅- 작품들을 훑어보고는 곧장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

     

0.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작품 너무 귀엽네여

- 넹ㅋ 감사합니다.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도자기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2. 인터뷰에 왜 응해주셨습니까?

-동생의 부탁이기도 하고 저도 인터뷰를 하면서 작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3. 예술가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하셨나요

-중학생때 진로 고민을 하다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4. 예술가로서의 고충과 장점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주제를 가지고 창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인 것 같습니다. 고충이라면 불안정함이죠! 그리고 항상 산 넘어 더 큰 산을 넘는 느낌이에요…. 항상 나와 싸우는 느낌….      


5. 팔목을 항상 아파하시는 것 같던데 그 외의 도자기공예의 고충 있을까요

- 말씀하신 것처럼 몸이 조금씩 상하는 직업이라.. 몸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점이 조금 귀찮습니다.

- 흙이 물렁물렁해서 형태를 만들기는 쉽지만 많은 과정과 흙을 소성 하는 과정에서 수축하기 때문에 원하는 크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에 계산을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 흙끼리 수분율이 다르면 마르는 과정에서 갈라지기 때문에 신경을 써줘야 한다는 점…. 후…. 도자기… 재밌는데… 진짜 좋아하는데….



도자기 완성까지의 과정

흙으로 형태 만들기 -> 말리기(말리는 중에 갈라짐 생길 수 있음) -> 무사히 말리면 초벌가마
-> 원하는 장식 (페인팅 또는 유약) -> 재벌 ! 완성.
// 재벌이 끝나면 추가로 상회장식 또는 금, 은 칠을 할 수도 있습니다.     



6. 도자기 굽는 시간 동안은 뭐하시나요

- 장작가마, 가스가마는 옆에서 지켜보면서 불을 키워주거나 관리를 해줘야 하지만 저는 주로 전기가마로 도자기를 굽기 때문에 전기가마 온도 설정하고 가마 문 닫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 가마가 돌아가는 시간엔 다른 일을 한다.     


7. 고양이를 작품의 테마(키워드)로 잡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만 고양이보다는 강아지파였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대학생이 되면서 길거리에 있는 고양이를 보고 정이 들어버렸는지 무섭게 느껴졌던 고양이 눈이 귀여워 보이고, 유연하고 물렁거리는 고양이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도도해 보이지만 ... 실은 도도한 게 아니고… 경계하느라 … 도도해 보이는… 친해지면 그 벽이 딱 허물어지는 고양이를 보면서 정이 들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고양이들의 가장 큰 매력은 엉뚱한 행동이잖아요? 보기엔 저렇게 귀엽고 심지어 멋진데? 하는 행동을 보면 왜 저럴까...? 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반전매력을 가진 게 저의 마음을 싹 ~ 사로잡았고 어느 순간 고양이가 아니면 심장이 뛰지 않게 되었어요….      



8. 작가님에게 고양이란?

- 뮤즈~ 입니다. 저희 집 고양이 말고도 길거리에 있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고양이들의 태평한 모습이 너무 좋아요. 제게 없어 선 안 될 존재죠.     


9. 앞으로도 계속 고양이로만 작품을 만드실 건가요. 아니면 혹시 다른 테마 계획 중인거 있으실까요.

- 죽을 때까지 고양이로만 만들 것 같아요. ㅎㅎ 아니면 호랑이처럼 고양이과 동물들 하지 않을까요?     


10. 각 작품의 용도를 이런 식으로 정한 이유 (예: 인센스 홀더 등)

- 형태를 해치지 않은 범위에서 실용성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식기는 아무래도 실용성, 안전성이 중요해서 유약이나 형태를 많이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 정도의 섬세함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11. 각 작품들의 이름과 의미

- 제가 이번 공트페에 가지고 나간 작품들 이름은 묘(猫)한 범, 묘(猫) 담배 피우던 시절, 호(虎) 담배 피우던 시절입니다.

묘(猫)한 범은 묘(妙)하다. 라는 뜻과 고양이 묘(猫)를 섞어 중의적인 뜻을 가지고 있는 제목입니다. 묘(猫)가 묘(妙)하다. 는 말장난이 재밌지 않나요?? ㅋㅋ.. 동음이의어라 재밌기도 하고 묘하다는 말과 고양이가 또 잘 어울려서 이런 중의적인 제목을 꼭 붙여보고 싶었어요!

묘(猫) 담배 피우던 시절, 호(虎) 담배 피우던 시절은 고양이, 호랑이 홀더에 인센스 스틱을 꽂아 놓으니 담배를 피우는 모습 같아서 옛날 옛적을 뜻하던 ‘호랑이 담배 피울 적’ 이라는 속담이 생각나 붙인 제목입니다.         


12. 작품명들을 보니 연작, 시리즈 작품인 것 같은데 맞나요? 그렇다면 시리즈로 만든 의도

- 논문 작업으로 하고 있는 Chunky 시리즈는 통통한 고양이가 벽에 기대어 있거나 투명한 통, 볼에 들어가 있는 눌린 형태를 참고하여 작품을 제작하였습니다. Chunky들은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에서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에 꼭 시리즈로 만들어야 하는 작품이에요!

그리고 공트페에 데리고 나간 ‘~담배 피우던 시절’ 아이들은 요가자세를 참고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요가랑 고양이랑 뭔 상관? 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둘 다 유연함, 평온함을 가지고 있는 …그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서….나름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하.. 그리고 요가는 다양한 자세가 있어서 시리즈로 만들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은 이 작품은 눈감고 있는 고양이 표정을 먼저 생각하고 그 이후에 형태를 만든 거라 눈감고 명상하는 고양이를 생각하다 보니 요가가 생각나서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했기 때문에…의도라는 것이 있을까… 싶긴 합니다…. ^^..;      



13. 공예트렌드페어에 어떻게 참여하셨나요

- 학교지원사업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14. 공예트렌드페어가 젊은 예술가들에게 유용한가요, 어떤 영향을 주고있나요

-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공트페에는 대부분 공예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작은 작품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많아 작품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작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다른 페어에도 나가 볼 생각입니다.      


15. 이번 공예트렌드페어는 작가님 개인적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참여하셨나요.

- 제 작품을 다양한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대중성이 있는가, 지인이 아닌 사람들이 봐도 귀여운가 등등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16. 이번 관람객들의 주된 반응은 무엇이었고, 그 반응들은 마음에 드셨나요

- 주로 귀엽다는 반응이 많아서 내가 만들고 있는 게 내 눈에만 귀여운 게 아니었구나…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셔서 진짜 진짜 고마웠습니다! 작품을 관람하고 계시던 분들께 가서 이건 ~게 사용하는 것이고, 제목은 ~다. 라고 말하면 호응도 해주시고 재밌어 하시고 작품도 구매해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렇게 쭉 잘하면 먹고 살수 있겠다…. 라는 현실적인 생각도 하면서 더 발전해서 개인 부스도 나갈 수 있을 만큼 해야겠다! 라는 다양한 생각을 했습니다. 반응은 너어무 마음에 들었어요.      



17. 트렌드페어 끝내면 뭐하실거죠? 어김 없이  드실겁니까

-페어 기간동안 너무 많이 놀아서… 이제 논문 작업 해야죠. ㅋㅎㅋㅋ……………….     


18. 다른 취미가 있으세요? 영감의 원천은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 취미여?  취미 없는  같아요…. 주로  때는 집에서 영상을 많이 봅니다. 영감의 원천은 저희  고양이입니다. 범벅(키우는 고양이 이름). 사랑해. 영원해.      


19. 졸업 후 계획, 궁극적인 꿈은?

- 도자기 스타가 될 겁니다. 우선은 공방 차리는 게 목표!  제 작업을 방해받지 않고 계속 하고 싶어요. (계획은 없습니다. 내일의 일도 모르는 것이 나) 궁극적인 꿈은 동물을 도울 수 있을 만큼 부자가 되고 싶다. 매번 길냥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 아프거든요. 제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아픈 길냥이들을 봐도 제가 아직 학생이라 도움을 줄 수 없는 게 항상 슬퍼요. 아프지마… 울희액히덜…          


20. 인스타 계정 알려주세요

- @beomyoungmin_c

C는 ceramic, cat, chunky 이란 뜻을 담고 있습니당.ㅋ      


21. 인터뷰를 볼 사람들에게 한마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

-  제가 만드는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귀여움 편안함, 여유로움 이란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제가 고양이를   그런 감정을 많이 느끼거든요. 저희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엉뚱해서 웃기기도 하고 귀엽고 맨날 잠자는  보고 있으면 부럽기도 하고 자고 있는  보면 옆에서 같이 낮잠도  번씩 자고 보기만 해도 힐링을 하는데 집에 고양이가 없는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느끼는  힘들잖아요? 그래서 제가 만든 고양이들을 보면서라도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제가 느끼는 감정을 함께 느끼고 싶어요.

말을 잘하고 싶은데 잘 못하는 사람이라 항상 대답하는게 어색하네요…^^. 이해해주시고 제 작품 많이 좋아해주세요! (강요) 어떻게 하면 더 귀엽게 만들 수 있을까 연구해서 더 귀여운 묘, 호, 청키들 만들어 가겠습니다. (처음엔 인터뷰 귀찮았는데 하다 보나까 재밌네요!) 그럼 안녕!    

       

----인터뷰 끄읕----



이 얼마나 생산적인 일인가. 나는 글을 쓰고, 예술가는 성찰하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뒷걸음질 치다 쥐 잡고) 나도 마찬가지로 처음 시작은 글을 쓰기 위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예술, 예술가에 대해(이젠 예술가라 당당히 부를 수 있다!) 다시 한번 가치정립을 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됐다. 게다가 이렇게 예술가의 의도를  직접 들어보고 창작활동에서의 사소한 얘기를 듣고 예술품을 보니 또 다르게 해석이 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지금까지는 나는 '예술'이라 하면 음악과 회화작품, 좀 더 나가면 영상물  정도까지 만으로 한계를 정해뒀던 것 같다. 예술의 경계는 어디인가. '아트페어' 안에 있어야 예술인가? 내가 지금 쓴 이 글은 예술의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아직 멀 었나.






#texit #텍시트 #텍시트비하인드

#커트코베인애인


@texit.co.kr

@beomyoungmin_c

작가의 이전글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론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