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sa Dec 08. 2024

처음이라는 이름의 설레임, 첫 연주

과천시립교향악단 2024 송년음악회X클라시쿠스 합창단

지난 가을 서울문화재단에서 주최한 2024 서울문화예술페스티벌로 오랜만에 합창하는 즐거움, 행복함을 느꼈었다. 다시 한 번 더 불러볼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친구가 활동하고 있던 합창단의 문을 두드렸고, 감사하게도 오디션에 합격할 수 있었다.


늦게 입단하기도 했고, 성악 전공생들 사이에서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올해 연주에 참여한다는 생각은 절대 안했었다. 준단원에서 5번의 만근을 넘어선 다음에야 정단원이 되는 시스템이라고 들었고, 한 번 정단원이 되고나서도 출석률이 좋지 않으면 강등될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어서 이번 합창단에 내 오롯한 목표는 '열심히 출석하기'였다.

적어도 나를 소개해준 친구에게 피해가 되지는 말자라는 마음과 내 실력이 부족함을 알기 때문에 내가 내보일 것은 '성실함' 뿐이었다.


처음 입단하게 되어 출석한 첫 날이 마침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는 첫 날이기도 했다.

악보를 받고 노래를 배우며 많이 어려웠는데(높았다), 국내에서 잘 연주되지 않던 곡이라 다른 분들도 대부분 악보를 처음 받아보고 새로 배워보는 곡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매주 1번 연습을 나가기를 약 한 달, 공연 전 마지막 정기 연습에 다른 분들을 응원하고 다음주에 뵙겠다 인사를 하고 집에 가는 길, 단장님께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혹시 함께 공연할 수 있는지 제안을 주셨다!


아마 짐작하건대, 기존 공연 멤버 중에 갑작스럽게 못 서는 멤버가 있었거나 하지 않았을까?

공연 전까지 목요일 오전 리허설과 공연 날인 금요일 오후/저녁을 참여해야 했기에 직장에 갑작스럽게 휴가를 내야 했기에 제안을 주시면서도 되게 조심스러워 하셨다.


자리에 공백이 생겨 채워지게 된 사람이라는 면으로 보자면 당황스럽기도 한 제안일 수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너무 운이 좋은 기회였다. 올해 무대를 서는 것을 기대도 안했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송년음악회를 하는 무대를 첫 연주의 자리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 멋진 일이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직장에 양해를 구해 휴가를 말씀드렸다.(우리 회사는 반반차, 반차 제도가 있고, 사실 당일 써도 무방하다. 자유로운 스타트업이 좋은 이유.ver) 그리고 바로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리허설로 전 날 오전에 모여서 오케스트라와 처음 맞춰보고, 다시 회사 업무에 복귀하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일했다. 그리고 다음 날, 공연일이 되었다.


정부과천청사역 시민회관 나가는 출구에서 발견!


지하철 출구에는 송년음악회 포스터가 있었고, 클라시쿠스 합창단이 함께 한다고 써 있었다.

대학교 때의 학교 내 포스터 말고, 서울문화재단의 인스타그램 포스터 말고, 지하철 전광판에 걸려있는 커다란 포스터라니 너무 멋졌고 괜히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오후 마지막 리허설을 거쳐 공연까지

악보를 드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뭐랄까 엄청 긴장된 건 아니었는데도 그냥 떨리더라.

소리도 잘 안나는 것 같고, 괜찮을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무대를 기다리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무대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연주가 끝나 단원분들 모두 나의 첫 연주를 축하해주셨다.

이 또한 감동적인 모먼트..

사실 첫 연주라고 나 혼자 벅차하고 기뻐할 수도 있는 일인데 공연 입장 전에 한 두분 오셔서 첫 연주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시고, 끝나고 단체방 공지에 첫 연주 축하한다고, 다들 함께 축하해달라는 문구도 쓰여져 있었고, 그 뒤에 이어진 축하 인사와 개별로 연락오신 분들까지.


너무 좋은 연주에 이어, 너무 좋은 단체와 사람을 만남에 참 감사한 연말이었다.


공연을 마치고 늦은 시간이라 다들 빠르게 들어가셔서 몇 분 빠져있지만..그래도 첫 단체사진! (안두현 지휘자님, 한수진 바이올리니스트님까지 함께)




혹시나 우리의 연주가 궁금하신 분들은 감상해보시길!

유튜브 라이브로 생중계되는 또 다른 짜릿함을 느꼈던 경험이었다.


https://www.youtube.com/live/PogSjZUYJBs?si=kzXTE2-sjRozXkmM&t=214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