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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모 Jan 04. 2025

무제

 새해를 맞이하고 첫 주말이자 토요일 새벽이다. 저녁에 퇴근하고 즉흥적으로 오랜만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지인을 만나 커피를 한 잔 마셨는지 간밤에 잠을 설쳤다. 수면안대까지 하고 잠을 계속 자보려고 했지만 잠이 쉽사리 들지 않았다. 새벽 여섯 시 운동을 가기 전에 잠을 충분히 자둬야 하는데 시간은 새벽 네 시를 향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잠깐 하다가도 전화기를 보고 눈을 감고를 반복하다 여섯 시가 되는 바람에 운동을 갈 준비를 하고 나섰다.

 밖에 날씨는 평일보다 좀 더 추웠다. 2주 만에 운동을 가는 거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임해서인지 추운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역시나 운동 실력이 문제이지 날씨는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런대로 운동하고 돌아왔다. 맥도날드에 잠깐 들러서 핫케이크를 주문해서 버터와 잼을 발라 먹으며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따뜻한 온기를 느끼니 몸이 서서히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오전에 결혼식에 다녀와야 해서 집에 돌아가면 바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결혼식 시간을 열 한시로 착각해서 허겁지겁 준비하고 나서려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열 한 시 삼십 분 결혼식 예정이었다.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게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나른함이 온몸을 감싼 나머지 잠깐 눈을 붙였다 일어났다. 결혼식장은 걸어서 가도 될 거리여서 여유롭게 연신 피곤하다며 중얼중얼하면서 걸어서 갔다.

 어느 결혼식장이든 바쁘고 정신 사납지 않을 꼴을 볼 수가 없다. 사람들로 붐볐으며 각 홀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축의금을 하기 위해 인출기를 찾아 헤매고 서로 인사하기 바빴다. 오전에는 날씨가 점점 포근해서 반스 운동화에 코트만 걸치고 입고 나왔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처음으로 주례가 없는 결혼식을 봤으며 사회자가 신랑과 신부에게 애드리브로 시킨 것들도 많았었으며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웃음이 가득한 결혼식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축의금을 내고 받았던 식권을 가지고서 식사를 하러 갔다.

 식당은 뷔페였는데 음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과 줄이 너무 많았고 길었다. 우선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 앉아 최대한 기다리지 않고 먼저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가져다 먹었다. 수육, 육회, 유부초밥, 토마토 바질 샐러드 등을 먼저 가져와서 먹었는데 이날 먹은 음식 중에 수육이 가장 맛있었다. 뷔페 내 맥주가 제한 없이 리필이 되는 식당이었다. 함께 온 지인들이 맥주 한 컵씩 하기 시작하길래 은근히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맥주를 좀 마셨다.

 결혼식 같은 행사에 갈 때면 오래전이든 관계가 어떠했든 아는 사람을 안 만났으면 하는 생각을 이따금 한다. 마침 이날 전 직장동료이자 연차 높은 선배 동료분을 음식을 가지러 가면서 마주친 것이다. 서로 같은 결혼식은 온 것은 아닌지 물어보면서 어떻게 지내냐는 등 안부를 물었다. 함께 입사했던 동기들은 아직 있는가 하며 다른 직원들은 잘 지내냐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적당히 마무리 지었다. 어떤 관계든지 간에 이런 행사나 모임에 가면 이렇게 마주치는 게 때론 그렇게 달갑지는 않다. 식당 이용시간이 두 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시간 맞춰 식당을 나섰다.

 식사를 끝내고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워서 건물 내부에 있는 카페에 가서 잠깐 이야기 나누고 가자고 해서 카페로 갔다. 여전히 나른함이 남아 있어서 잠을 깨기 위해 콜드브루를 주문했다. 카페에서는 특별히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대체로 기억은 안 난다. 아침에 밖을 나선 순간부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기 때문이었는지 이 생각만 계속 맴돌았다.

 집에 도착하면 나른함이 가시지 않길 바라며 집으로 돌아왔다. 신발과 옷을 정리하고 침대에 누웠다. 거치대에 있는 아이패드를 열어서 유튜브부터 키는 것이 습관인데 그러지 않았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에 감정과 에너지를 격하게 소모되고 써야 할 일이 좀 있었기에 낮잠이라는 보약이 필요했다. 최대한 생각 따위는 하지 않으려고 했고 전화기는 꺼놓고 딴 데다가 던져 놓았다. 나른한 햇살의 토요일 오후는 낮잠으로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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