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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모 Jan 05. 2025

무제-2

 요즘 영 책을 펼치는 것이 잘 안 된다. 나름대로 여유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좀 없다고 느껴지기는 한다. 아, 에너지가 없다면 여유가 없는 것일까.

 사람으로부터 인한 피곤한 일이 생기는 것은 에너지가 급속도로 많이 든다. 괜히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라는 책이 지금도 꾸준한 베스트셀러인 것에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대학생 시절 과제용으로 읽어본 적도 있고 궁금해서 도서관에 찾아가 대여해서 읽어본 적이 있다. 사람이란 너무 천차만별이라 그런지 그냥 어려운 게 인간이고 관계라고 생각하고 말았던 적이 있다.

 지금도 사람이 어려울 때가 있다. 돌아보면 사람이 먼저 어려운 이유는 나한테 문제가 있거나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그것을 인지하고 자각해서 상황을 돌아보고 문제가 무엇이며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부터 할지 생각하고 적용해나갈 수 있다. 그것은 정말 다행이다. 그러나 바꾸기 어렵고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은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과 인간에 대해 이제는 생각을 좀 안 하려고 한다. 생각을 아무리 해봤자 가끔 시간 낭비라고 느껴진다.

 아침에 농땡이를 피웠다. 시간 맞춰 나가야 할 일이 있는데 전날에 미리 해둔 것도 있고 해서 아침에 조금 늦게 밖을 나섰다.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서 그렇게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조금 피곤해서 그런지 멍하게 있었기도 했다. 오후에는 말을 많이 해야 할 상황과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어서인지 비축을 해둔 의미도 있다. 같이 있던 사람들이 점심을 같이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가지 않겠다고 했다.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역시나 말을 많이 내뱉었던 시간을 보냈다. 마음이 편한 사람들끼리 있어서 나름대로 괜찮았고 의미도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늦은 오후에 배가 고파져서 맥도날드에 가서 여유 있는 사람들과 햄버거를 먹었다. 햄버거를 먹는 것은 좋았으나 따분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들로 가득 찼다.

 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일을 하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일상 속에서 피곤함과 권태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침대에 누워 한참을 생각했다. 사람을 안 만날 수도 없으며 함께 아니할 수도 없지만 이와 같은 매일의 일상이 알게 모르게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나답지 않은 것들을 해내야 할 것들도 많기도 하고 상황도 직면하기도 하며 적절하게 사회성을 발휘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그러고 몰려오는 피로감과 자야겠다는 생각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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