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중 주말이 이틀밖에 없는 것은 가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말에 누구든 간에 아무런 약속을 잡지 않고 전화기를 아예 꺼둔 채 쉬고 싶은데 주말마다 결혼식이라든지 중요한 약속이 자꾸만 잡힌다. 심지어 한 달에 두 번은 토요일에 출근까지 하다 보니 더 그렇다.
지난 주말은 쉬는 게 아니라 출근하는 날이나 다름없이 이틀을 보냈다. 사람들도 적당히 만나고 소란스럽지 않고 조용한 공간이나 장소에 있으면 모를까 결혼식에 참석한지라 그 날 하루 다녀와서 늦은 저녁까지 잠들고 말았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서 맡은 일들이 여러 가지가 있어서 일주일 내내 출근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무엇을 할 여력이 없어서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가 간다.
지난주에는 새해를 맞이해서 공휴일도 있었고 그 날에 맞춰서 연차를 써서 이틀이나 쉬어갈 수 있었다. 다가오는 주에는 쉬는 날도 없고 심지어 토요일도 출근해야 한다.
월요일 아침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다. 누가 대신해서 출근해줬으면 허는 생각을 계속하다가 겨우 시간 맞춰서 나갔다. 오늘도 무탈하게 지나가고 월급은 더럽게 작아도 이 몸이 가야지 일이 돌아가니까 가긴 가야지 하면서 한숨 푹푹 내쉬다 보니 도착해있었다.
일도 익숙해진 것인지 감으로 하는 것인지 시간이 조금 해결해주고 있는 것인지 종일 집중도 안 되는 채로 일을 하고 있었다. 집에 가고 싶어도 시간은 또 더럽게 안 갔다. 일이라도 좀 여유롭게 돌아갔으면 했지만 일은 더럽게 바빴다.
퇴근길에는 잘 안 타고 가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버스도 코앞에서 놓쳐서 배차 간격이 15분이나 되어서 날씨도 더럽게 추운데 정류장에서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탔다. 그래도 빈자리가 있어 앉아서 갔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른 채 눈을 떠보니 내려야 할 정류장이 다음 정류장이라고 버스 안내음이 울렸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헬스장을 등록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간다든지 운동하러 갈 곳이 있다는 명분이 있어서라도 퇴근하고 억지로라도 가지 않겠냐는 것이다. 집에만 돌아오면 침상안정 하면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정도는 정말 카카오톡을 단 한 번도 열어보지 않거나 전화기 자체를 아예 켜보지도 않으려고 한다. 하루를 살아서도 인생에 대해서도 그렇게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닌데(일론 머스크는 하루에 5분마다 계획을 세운다고 하는데 가능하거나 타고난 사람은 역시나 존재하는 듯하다) 때로 이렇게 생각하는 것들이 나름의 계획이다.
강아지 산책시키느라 잠깐 나왔는데 너무 춥다. 돌아가서 따뜻하게 데워 놓은 호빵에 우유 한 컵 마시고 그래도 책은 좀 읽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