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겨울 들어서 가장 추웠다. 그 날에는 휴가였는데 단 한 발자국도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그 전날부터 하루 정도는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내기로 생각했었는데 그러기에 알맞은 날씨였다. 새벽부터 시작된 강추위로 문제가 생겼다. 수도가 막혀 집에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때때로 일 년 중에 이런 일이 가끔 발생하는데 그게 마침 어제 찾아온 것이다. 귀찮고 성가셨지만 씻을 생각이 없었던 터라 신경은 쓰지 않았지만 쓰이는 곳은 따로 있었다. 그 전날 밤에는 아예 전화기를 꺼놓고 잤다. 한 번씩 전화기를 꺼놓고 하루를 보내는 일상을 보내기도 하는데 어차피 쉬는 날인만큼 밤 동안은 꺼놓고 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의 아침. 일어났을 때 시간부터 확인해보니 시곗바늘이 오전 11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꺼놓았던 전화기를 켜서 보니 과장님한테서 새벽 한 시 부재중 전화 문자가 한 통이 왔다. 밤늦게 술 드시다가 잘못 걸으신 전화라고 생각하고 모른 척하고 넘어갔다. 날씨는 기상예보대로 어마어마하게 추웠다. 새벽부터 막힌 수도로 집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침대로 돌아와 이불을 덮고 누웠다. 정주행하려다가 못 보고 보다가 또 안 보고 했던 귀멸의 칼날을 저녁 전까지 볼 생각으로 넷플릭스를 켰다. 회차를 보니 어디까지 봤는지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아서 대충 켜놓고 보니 한참 전에 봤던 회차였다. 대충 기억나는 대로 귀멸의 칼날을 정주행하면서 전화기는 다시 껐다.
침대에 계속 누워 부동자세로 있어서인지 욕창에 걸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세를 여러 번 바꾸면서 넷플릭스를 보다가 오후 늦게 또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서 시간을 보니 저녁 8시 되기 전이었다. 시간을 확인하고 꺼놓았던 전화기를 다시 켜보니 특별히 중요한 연락은 없었다. 보던 전화기를 잠깐 내려놓고 멍하게 천장을 바라만 봤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직장생활 속에서 버텨야 하는 생각과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 인생의 타임라인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상하리만큼 똑같은 구석이 보이는 나의 모습과 시간 속 흐름이 떠올랐다. 약간은 분노가 올라오기도 했고 무기력과 우울감이 차올랐다.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걱정과 부정적인 것들이다. 나의 책임이라는 것과 내가 낳은 결과라는 것을 알면서도 의지대로 되지 않기도 해서 그런 것도 있다. 이런저런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려던 참에 옆에서 같이 자고 깬 반려견이 폴짝 뛰어와 얼굴을 핥아 준 덕에 묘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저녁에는 엄마랑 라면을 끓여 먹었다. 첫 끼였다. 먹고 나서 유튜브 보다가 자려고 먹자마자 바로 누웠다.
무의식적으로나 의식적으로 생각을 좀 죽이려고 했던 시간이었다. 보통 시간을 이런 식으로 보내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 이렇게 보낸 것이 좀 나은 것 같다. 생각을 여러 차례 해봤자 달라지지 않는 게 더 많다. 사람을 바꿀 수도 없고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다. 그럴 때 생각만 계속해봤자 생각의 생각만 낳을 뿐이다. 그 날 하루종일 봤던 유튜브와 넷플릭스 내용은 단 하나도 제대로 기억에 남는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