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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io Nov 06. 2023

농협 아세요~

불안 아줌마의 불안증 투병기 20

어제저녁, TV를 보고 있는 나에게 딸이 다가와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쥔다.

그러고는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면서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본다.

그러더니, 

"농협 아세요~"

"응? 뭐? 농협?"

"크크, 엄마 그거 몰라? 농협 아세요?"

"응? 그게 뭐야? 요즘 유행하는 말이야?"


요즘 아이들의 말을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지만, 왠 '농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감싸 쥔 손을 놓고 딸이 말해준다.


"유튜브에서 본 건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한 외국인이 들어오더래. 

그러더니 대뜸, '너무 예쁘세요'라고 했다는 거야.

그래서 아르바이트생이 기분이 너무 좋아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대.

그런데 계속 외국인이 '아니에요. 너무 예쁘세요'를 반복하더래. 

그러더니 한숨을 쉬면서 나가더라는 거야. 그래서 알고 봤더니, '농협 아세요?'라고 물어본 거였대"


발음이 그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 하며 함께 박장대소를 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럼, 너 엄마한테 예쁘다고 한 거야?"

"그러엄~ 엄마, 되게 이뻐! 몰랐어?"

"아닌데, 엄마 이쁘진 않은데....?"

"아니야, 엄마 뭔가 청순하게? 이뻐!"


자기 성찰을 비교적 잘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나는 이쁜 게 아니라 좋게 보면 '인상이 좋은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이쁘다고 얼굴까지 감싸 쥐고 사랑스럽게 말해주는 딸이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고마워 딸!"




그간 바쁜 일들이 너무 많아서 브런치를 한동안 손도 못 댔다. 사실 아직 바쁘지만, 어제의 일은 꼭 기록해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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