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는 아직 어려 롯데월드를 롯데월드라 발음하지 못하고 롯데(로떼)라 부른다. 오늘은 서하와 처음으로 롯데를 다녀왔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꽉 막힌 올림픽대로를 원망하며 도착한 롯데는 오래전과 다름없었다. 같은 자리의 놀이기구들은 추억 속의 데시벨을 쏟아내었고, 오래전 사진의 뒷배경은 그때의 낭만을 머금고 기다려 주었다. 아마도 유리와 헤어지고 다시 만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온 것이 마지막으로, 그때가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그때 유리는 회전목마 앞에서 활짝 웃어 주었다.
오늘 서하가 가장 먼저 탄 것도 회전목마였다. 그 완만한 높이와 가벼운 속도가 3살 아이의 정서에 딱 맞았다. 처음에는 약간 겁을 먹은 것처럼 보였지만, 뒤에 탄 아빠가 솔선수범하여 즐기는 모습을 보이자 서하도 금세 적응하고 활짝 웃었다. 회전목마 속의 아빠와 딸, 그리고 그 둘을 목청껏 불러가며 셔터를 누르는 엄마의 모습은 사람들이 꽉 막힌 올림픽대로를 뚫고 롯데를 찾는 이유였다. 엄마는 오늘도 회전목마 앞에서 활짝 웃었다.
물론 롯데는 꿈과 희망이 전부인 곳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의 이름을 부르짖는 부모와, 온몸으로 부모에 저항하는 아이들, 그리고 긴 대기 시간에 날이 선 이용객들이 회전목마처럼 돌고 도는 곳이 롯데였다. 특히 내게 다시 찾은 롯데는 더 이상 청춘의 놀이터가 아니요, 가장의 쉴 곳 없는 일터가 되었다. 한 번은 서하가 놀이기구를 타다 울음이 터져 버렸다. 본인의 정서를 위배하는 높이와 속도 때문이었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작은 서하를 꼭 안고 나는 우리가 얼마나 안전한지 속사포처럼 설명해야 했다. 문득 아빠들 중 막내가 된 기분이었다.
두 번째 회전목마를 타고났을 때 유리와 나는 우리가 모든 활력을 소진한 걸 알았다. 활력을 전부 소진하는 데에는 3시간이면 충분했다. 3시간 동안 빵빵해진 서하의 기저귀를 교체하고 나서는 쫓기듯 출구로 향했고, 복잡한 출구에는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듯 퇴장 후에는 재입장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우리는 재입장이 아주 먼 훗날이 되리란 걸 직감했다.
이쯤 되면 어쩌면 롯데가 항상 추억 속에 존재하는 건 사람들이 매번 학을 떼며 떠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늘 활짝 웃었는지도. 서하는 주차장을 빠져나오기도 전에 세 번째 회전목마를 타러 꿈나라로 갔다. 그 노곤한 표정을 보니 그래도 열일했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꽉 막힌 올림픽대로가 유난히 내 정서에 딱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