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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Nov 27. 2024

로제의 ‘아파트’와 한국의 술 게임 문화

술 게임에서 탄생한 글로벌 히트곡, 아파트! 아파트!

어쩌다 젊은 세대와 함께하는 술자리에 참여해 보면 몇 가지 사실에 놀란다. 그중 하나가 술자리 게임이다. 어찌나 활기차고 창의적인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순발력을 따라가기 어렵고,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이 민폐가 될 수 있어 빨리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좋다. 요즘 세대는 술 문화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한국의 술 게임 문화는 세계적으로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창의적인 면에서 그렇다. 서로 융합하며 다양하게 발전한다. ‘아파트 게임’처럼 간단한 규칙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눈치게임’에서 ‘파이팅 게임’으로 업그레이드하기도 하고, ‘나성에서 달려온 얼룩말’처럼 새로운 테마와 아이디어를 도입하여 진화하기도 한다. 또한 문화적 요소의 융합으로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감각을 결합하여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파트 게임 모습


창의적인 술 게임이 음악과 결합하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까? 로제의 글로벌 히트곡 '아파트'는 그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해 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즐기는 놀이 문화가 이렇게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다니 정말 놀라운 성과이다. 로제조차도 이 곡을 발표하기 전에는 너무 가볍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결국 그 중독성 강한 매력 덕에 진행했다고 한다. 발매 직후 글로벌 음원 사이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각종 챌린지가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실 한국의 술 문화를 주제로 한 음악적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후, 그는 힙합 아티스트 스눕 독과 함께 '행오버(Hang Over)'라는 곡을 발표했다. 한국의 음주 문화를 소개하려는 의도였지만, 기대만큼의 반향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번에 로제의 '아파트'는 그 숙제를 해결한 셈이다.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이 글로벌 히트를 한 이유로 거론되기도 한다. 브루노 마스는 그래미 어워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등 다수의 음악상을 수상한 글로벌 스타이지만, 협업 자체가 항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2020년 일본의 인기 보이그룹 아라시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해 곡을 발표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다.


주령구 사진 /한겨레

한국의 술 게임은 역사적인 깊이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신라 시대의 '주령구'는 14면체 주사위를 굴려 다양한 벌칙을 수행하며 술자리의 흥을 돋우었다. 예를 들면, 소리 없이 춤추기, 여러 사람의 코를 두드리기, 술을 마시고 크게 웃기 등과 같은 벌칙들이 있었다. 한국의 독특한 술 문화는 빛과 그림자가 있지만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3년 CNN에서 발표한 '한국인이 잘하는 것 10가지' 중 하나로 ‘회식 문화(business drinking)’를 꼽았으니 말이다.


결국, 한국의 독특한 술 게임 문화가 있었기에 로제라는 아티스트가 아파트 게임과 노래를 결합할 수 있었고, 여기에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히트를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아파트'와 같은 창의적인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한국의 술 게임 문화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또 하나의 한류 콘텐츠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 광주일보 은펜칼럼(24.11.27)에 삽화를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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