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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Jul 17. 2022

자금성 교태전의 '무위(無爲)' 편액

황후의 공간에 '무위' 편액이 걸린 이유는?



교태전에 '무위(無爲)' 편액이 걸린 이유는?


중국 자금성 교태전(交泰殿)에는 '무위(無爲)'라고 쓰인 편액이 걸려있다. 교태전(交泰殿)은 명청시대 모두  황후의 공간으로 사용된 곳이다. '무위'의 글자는 청나라 강희제의 친필이다. 강희제는 중국에서 천고일제(천년 만에 한 번 나오는 황제)로 칭송받는 군주이다.  강희제는 왜 이곳에  '무위(無爲)'가 새겨진 편액을 걸어놓았을까? 자금성에는 많은 궁궐이 있는데도 이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통치 철학인 무위(無爲)의 치(治)를 잊지 않기 위함이다. '무위'(無爲)는 노자뿐만 아니라 공자도 중요하게 여긴 덕목이다. 중국의 역대 황제는 모두 무위의 치를 중시했다. 그렇다고 '무위' 편액을 정전인 건청궁이나 태화전에 두기도 그렇다. 그곳에는 제왕의 위엄이 깃든 어휘가 쓰인 편액이 걸려있다.


자금성 교태전에 '무위' 편액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 중국 역대 왕조에서 2000년 이상 도가 사상을 중시했다고 주장한 학자들도 있다.(H.G. Creel, What is Taoism)  자금성은 명나라 시대에 지어진 것이니까 2000년 역사의 증거 자료로는 맞지 않다. 하지만 중국 사상에 유가 도가 법가 등이 혼합돼 있으니 일정 부분은 맞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내명부에 주는 메시지다. 말 그대로 무위(無爲), 다시 말하면 작위적으로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궁중은 음모와 술수가 난무한 곳이다. 궁중 여인들이 암투, 외척들의 횡포도 심했다.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곳에 두었다고 생각한다. 정사를 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황후의 '무위'가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이다. 때론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가 있다. 무위를 지키려면 지나친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


청나라는 명나라에 비해 환관과 외척의 세도가 현저하게 줄었고  여 면에서 국가 운영이 탁월했다. 러한 초석을 놓은 황제가 강희제다. 천고일제라고 불릴 만한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청나라 말기 서태후는 황제의 권한을 능가하는 권한을 휘둘렀는데 그 결과 정문란으로 이어졌고 나라가 했다. 교태전의 '무위' 교훈을 지켰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중국 자금성 교태전 사진 / 오마이뉴스>


노자와 공자의 무위(無爲)


무위는 노자의 중심사상이다.  

 "성인은 무위의 일을 한다(聖人處無爲之事)",

"도는 항상 무위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음이 없다(道常無爲而無不爲)"


 공자도 '무위의 치'를 강조했다. 다음은 논어 위령공편의 구절이다.

"무위로 다스린 분은 아마도 순임금일 것이다. 그는 무엇을 했는가? 몸가짐을 공손히 하고 남쪽을 바라보고 앉아있었을 뿐이다."


子曰 無爲而治者, 其舜也與! 夫何爲哉? 恭己正南面而已矣((자왈 무위이치자, 기순야여, 부하위재? 공기정남면이기의)


성인(聖人)은 무위의 다스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노자, 공자가 모두 주장한다. 군주로서 군주답게 제 자리에 있으면  된다.  노자의 성인이 그렇게 했고 공자가 말한 '순임금'이 역시 그렇게 했다.  


지나친 욕심과 족함을 모르는 것의 위험


무위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욕심, 족함을 모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도덕경 46장은 "죄로는 지나친 욕심이 가장 크고, 화로는 족함을 모르는 것이 가장 크다(罪莫厚於甚欲, 禍莫大於不知足)"라고 말한다. 지나친 욕심이 왜 해로운 것일까? 이에 대해서 한비자 20편 해로(解老)에 명쾌하게 설명돼 있다.


사람에게 욕심이 있으면 생각이 혼란해지며

생각이 혼란해지면 욕심이 더욱 불붙는다.

욕심이 불붙으면 사악한 마음이 생긴다.

사악한 마음이 생기면 일은 좌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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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노자는 “욕심보다 더 큰 화는 없다"라고 했다.

(故曰 禍莫大於可欲 고왈 화막대어가욕)



교태전(交泰殿)의 유래


우리나라 경복궁과 중국 자금성에 모두 교태전(交泰殿)이 있다. 모두 왕후의 공간이다. 교태(交泰)는 주역의  ‘태(泰)’괘의 천지교합(天地交合), 강태미만(康泰美滿)에서 따왔다. 하늘과 땅의 정기가 합쳐지면, 편안하고 큰 경사가 가득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교태(嬌態)를 부리다"의 교태와는 한자도 다르고 뜻도 다르다. 중국 출신 관광 가이드가 경복궁 교태전을 설명하면서 "왕후가 교태를 부린다 해서 교태전이다"라는 망발을 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중국 자금성 교태전도 같은 명칭이다.


<경복궁 교태전과 중국 자금성 교태전 사진>




윤정부의 대통령실에 제2부속실이 생긴다면 '무위(無爲)'라고 써진 편액을 걸어놓길 추천한다. 무위 하면 비난받을 일도 없을 텐데 억지로 욕심을 내니까  역효과를 내고 있다. 지나친 욕심이 부른 부작용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무위'의 가르침을 배워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개 사과 사진부터 집무실 사진,  이번 나토 순방길 사진까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한 것일까?  관광 화보 촬영차 간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여기에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민간인을 대동했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모두를 위하는 길이 아닐까?  무위도식한다 해도 누가 탓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다시 한번 도덕경의 지혜를 인용한다.



"도는 항상 무위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음이 없다(道常無爲而無不爲)"

"죄로는 지나친 욕심이 가장 크다(罪莫厚於甚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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