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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gularmeeting Mar 21. 2019

커피 마시러 시애틀. 3

Espresso Vivace

Espresso Vivace 에스프레소 비바체.  


사실 여기는 알고 있는 곳이다. 시애틀을 가기로 결정하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여기다. 커피 관련 서적 중에서, 바리스타들이 웬만하면 다 읽어봤을 법한 바이블 같은 책이 하나 있는데, 그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쇼머. 바로 그분이 운영하는 카페다. 또 나뭇잎 모양 라테아트의 창시자라는 타이틀까지 가지고 있는 곳이다.


다시 말해 전 세계 커피인 들에게는 꽤 유명한 곳이다.  


나에게는 약간 성지순례의 느낌이다. 예전 이분의 서적을 읽고 공부할 때부터, 언젠간 여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카페였기 때문이다.


시애틀 밤거리


숙소가 위치한 언덕에서 조금 내려와 큰길로 나오니 상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리는 벌써 어둑어둑해졌고 걸어 다니는 사람도 많이 적어 보였다. 꽤 긴장되는 마음으로 카페에 들어섰다. 들떠있는 마음을 티 내기 싫어서 애써 침착하게 메뉴판을 읽으며 카푸치노 한잔을 주문했다. 아마도 그들은 내가 여행자고, 여기 온 지 얼마 안 되었으며 들떠 있다는 것 까지 모두 눈치챘을 것이다. 생각보다 조용한 분위기에 조심스럽게 매장 안을 살피고, 바리스타들과 가벼운 눈인사를 하였다.  


카푸치노


주문한 카푸치노가 나왔고, 가볍게 인사하고 아무 테이블에 앉았다. 노란색 테이블. 매장 안에 인테리어는 다소 올드하게 느껴졌다. 아마 본인들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노란 벽지와 노란 테이블. 그리고 빨간 네온사인과 오래된 듯한 나무와 흑백 액자들.


에스프레소 비바체

주문한 카푸치노는 맛있었다. 향부터 매우 초콜릿 티 했고, 실제로는 에스프레소와 우유만 들어간 거지만 밀크 초콜릿 같이 달달했다.


사실 요즘 트렌디한 커피는 아니었다. 내가 아는걸 잠깐 설명하고 넘어가자면, 요즘 많은 스페셜티 카페들은 콩을 덜 볶아서 생두가 가진 산미와 단미를 더 살리려고 하는 추세다. 그러나 여기는 커피의 배전도 자체도 높았고(콩을 더 많이 볶았다는 뜻이다) 산미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아무래도 기존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듯하다.


사실 그게 더 좋아 보인다. 요즘 정체성도 없이 그저 트렌드만 따라가려는 실력 없는 카페들이 정말 무수히 많다. 그럴듯한 겉모습만 보고 들어갔다가 뒤통수를 세게 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여기서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고소하고 달달하다.


시애틀에 있는 동안 총 두 번을 방문하면서 혹시나 데이비드 슈머 아저씨를 볼 수 있을까 했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다른 후기 글들을 보면 종종 매장에서 음료를 만들어 주신다고 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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