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특별하지 않은 나의 바리스타 이야기.
나는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흔히 얘기하는 바리스타.
2015년 8월부터 카페에서 일을 시작했다. 별로 관심이 없었던 영어영문학과는 졸업 요건 정도만 겨우 맞춰놓고,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카페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사실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어영문학이란 결국 인문학이라는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에 속하기 때문에 커피를 즐기는 카페에서의 문화가 궁금했던 나는 나름 인간을 탐구하고자 이곳을 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작은 아르바이트. 학교 수업이 끝나고 강남으로 달려가 설거지와 청소부터 시작했다. 커피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지식이 없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확고했던 생각 때문에 "내가 왜 이런 궂은일만 해야 되는가"에 대한 불만 조차 없이 손에 잡히는 뭐라도 열심히 했다.
그렇게 시작을 했고, 퇴사와 이직을 반복하며 중간에 일을 쉬는 기간도 있었지만, 어찌어찌 2020년 11월이 되었다.
5년 좀 넘게 지났구나.
20대 중반에 시작했는데 어느새 서른을 넘겼다.
생각뿐만 아니라 몸에도 변화가 느껴지는 나이다. 확실히 체력과 지구력이 떨어졌고, 긴 시간 일하고 나면 엄청 지친다. 예전같이 쉬는 날에 카페 투어를 잔뜩 하고 인스타그램에 카페 투어 피드를 올리며 자랑하지 못하고, 그저 집에서 빌빌 거리며 쉬게 되었다.
중간중간 이직을 하거나 퇴사를 한 경우에, 텀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쉬는 날도 있었기 때문에 일이 없이 이렇게 지낸 적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드디어 완전한 백수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제는 이직이나 취업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단은 최근에 그만둔 고로커피로스터스가, 직원으로서의 마지막 근무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19년부터 일을 시작해서 올해 6월에 퇴사를 했고, 8월부터 10월까지는 3개월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해왔다.
나이도 서른을 넘겼고,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직원으로 일하면서 많은 문제점과 회의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생존에 대한 조급함이 마음속에 가장 커졌다. 언젠가는 내 가게를 차려야지 에서 그 '언젠가'가 지금이 아닌가 싶어 졌다. 그래서 다른 곳에 취업할 생각도 전혀 없고 일단은 백수 상태로 지내며 새로운 삶을 준비할 예정이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전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다. 일단은 완전히 달라져버린 우리의 일상이다. 코로나. 코로나로 인해 세계가 변했고,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의 시절은 다신 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지금 우리는 새로운 시대가 오기 전 혼란의 시대 한가운데 있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내가 과거에 그려왔던 그림을 그리기에는 위험도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은 세상을 지켜보고 눈치를 볼 예정이다.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서적과 많은 전문가들의 시선들도 들어보고,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시대를 예측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자, 이제 내 삶은 취업과 월급생활이 아닌, 창업과 도전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과연 어떤 새로운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