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ChatGPT가 연일 화두가 되고 매일매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반영된 좋은 기능의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어 매일 사용해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그림이나 사진 분야도 Stable Diffusion이나 Midjourney로 인하여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그림이나 실물과 같은 사진이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그림이나 사진을 보고 감상하기는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실제 그림을 그리는 경험은 거의 없거나 많지 않을 것이다. 초중고등학교를 다시면서 미술시간에 그린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 비하여 모든 국민이 핸드폰이 있어 과거에 비하여 사진을 많이 찍기는 하지만 미술이나 영상 등은 전문가들이 하는 분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설사 해 본다고 해도 대부분은 소질이 없거나 소질이 어느 정도 있다고 해도 시간적 제약 등으로 쉽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영상 등을 위해서는 관련 장비도 별도로 필요하고 그것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관련 주제에 적합한 장소에 가야 하니 일반인에게는 쉽지 않은 분야이다.
그런데 너무도 잘 그린 그림이나 사진을 그것도 순식간에 만들어서 감상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 같다. 나도 남들이 하는 것만 유튜브 등을 통해 보다가 날을 잡고 한번 해 봤다. 가장 시간이 걸리는 것은 해당 계정에 등록하고 그 사용을 위해 관련 유튜브를 2-3개 보는 2-3시간이다. 그 정도 시간을 들이면 집에서 또는 사무실에서 내가 원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무료로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나도 몇 개 나름 작품(?)을 해 보니 너무 질(質, Quality)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은 무료라는 것도 매력이다. 가끔 내가 자료 만들 때 필요한 사진 등을 찾을 때면 항상 저작권 때문에 찾는데 애를 먹었는데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좋았다.
그러던 중 동네 구립도서관에 모처럼 책도 반납하고 빌리러 갔다가 2시간짜리 웹툰 작업 소개 클래스가 있다는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거나 아마 신경도 안 썼을 것 같다. 그런데 Stable Diffusion이나 Midjourney를 해 보니 그린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겨 등록을 하고 시간에 맞추어 갔다.
어린 학생도 있고 청년도 있고 아주머니들도 있었다. 나도 자리를 잡고 앉아 웹툰 작업용 태블릿에 설치된 프로그램을 이리저리 해보며 강의를 듣고 한두 컷 실습 삼아 그려도 보았다. 물론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 요즘에는 컴퓨터를 수시로 달고 살아 처음 다루는 앱이지만 원리는 동일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여러 새로운 기능 중에서 흥미로운 것도 있어 ‘아! 그림을 그릴 때는 이런 것을 이렇게 쓰는구나~’ 하고 새로이 배운 몇 가지 팁도 있어 나름 좋았다. 예를 들어 실제 도화지에 그리는 것과 달리 레이어라는 기능이 있어 여러 레이어를 쓸 수 있다. 한 레이어에는 예비 스케치를 하고 그 위에 선을 그리고 또 다른 레이어에서는 다른 레이어에 그려진 선 등을 보면서 색칠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레이어에서는 웹툰이기에 대사를 쓸 수 있다. 실제 도화지 같으면 한 장의 평면에 이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나 컴퓨터는 레이어를 써서 이것을 하기에 훨씬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작업이 끝나면 예를 들어 불필요한 스케치 레이어는 보이질 않게 하면 지우개로 지우는 것과 같은 불편함도 없다.
그러나, 이 또한 내가 직접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시간이 필요하고 또한 소질도 있어야 좋은 그림이 나온다. 그림 그리기를 거의 하지 않고 살아온 내가 소질이 있을 리 없다. 그리고 짧은 강의 시간에 다른 그림을 보고 흉내 내보지만 그림이 엉망일 수밖에 없다.
예술가의 눈에는 한심한 결과물로 보일 수밖에 없고 내가 만든 작품을 나의 다른 글이나 블로그 등에 사용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시간을 많이 들인다고 쉽사리 그렇게 만들 수도 없을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기존에 그림 등이 필요하면 상업 목적이 아니기에 무료 사이트에 가서 그림이나 사진을 가져다 사용하다 보니 선택의 폭도 좁고 개인들에게는 비슷한 사진을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부족한 시간과 소질의 격차를 줄여준 것이 바로 최근의 인공지능에 기반한 프로그램이다. 물론 예술가의 작품은 아닐지라도 해당 그림이나 사진의 소비자로서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내가 생각한 바를 기계의 힘을 통해 만드는 것도 창작의 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면 개인 창작자로서 최근의 인공지능에 따른 기술의 발전은 개인들에게는 정말 좋은 변화라 생각된다.
물론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그것은 다른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를 들어 칼도 인간에게 유용한 도구이지만 이를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서는 살인의 도구도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최근의 인공지능 발전에 대하여 윤리적인 문제 등을 연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막연히 마치 인공지능과 관련된 부분만이 비윤리적인 것처럼 꼬투리 잡기식으로 하는 비판도 지양되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그림이나 사진 등에 있어서도 그 창작의 즐거움이나 결과를 상대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능력이 기존에 소질이 있는 일부 전문가의 영역에서 조금이나마 일반 개인의 손에 넘어온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마치 인터넷의 발전으로 일반인이 과거에 비하여 다양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된 것처럼.
예술을 하시는 분들이 볼 때는 정말 하찮아 보일 수 있을지 몰라도 기존에 내가 시간이나 소질이 없어 시도해 보지 못한 부분을 일반 개인들이 직접 그리고 경제적으로 해 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생긴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직접 그리는 것도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다. 마치 서예도 최종 마지막 작품만이 목적이 아니라 그 서예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수많은 시간 동안의 연습 그리고 몇 시간 먹을 직접 갈면서 수양하는 과정 등이 종합적으로 합해져서 한 작품이 나오는 것이니 말이다. 그와 같은 과정을 통한 창작의 체험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 새로운 도구를 통하여 그것이 창작이었든 아니면 소소한 상업적 목적을 위한 것이었든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은 일반인에게 그림이나 사진을 전문가처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준 것이다.
깊이 생각하는 것을 떠나 그림에 소질이 없는 나는 좋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바쁜 와중에 시간을 엄청 줄여주고 거의 무료로 그것을 사용하여 내가 필요한 경우 짧은 시간에 나를 위해 좋은 작품을 주기에 난 좋다.
사실 서예의 경우도 나 어릴 때 아버님이 서예 작품을 쓰신다고 하면 몇 시간 동안 먹을 대신 갈아야 했다. 그런데 그것도 시대가 바뀌다 보니 좋은 잉크가 그것을 대체했다. 요즘 아들 딸에게 몇 시간 동안 먹을 갈라고 하면 대부분 신경질을 낼 것이다. 그러한 부분을 고려해 본다면 개인이 인공지능을 써서 그림이나 사진을 만드는 것도 단순히 수단이 바뀐 것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서 많은 이들이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새로운 기술을 바라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하는 불확실성으로 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