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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공장장 Oct 10. 2024

IFRS17 도입 1년, 보험산업 회계
신뢰성의 기로

GAAP과 SAP, 잘못된 일원화의 함정

[박규서의 보험회계 탐방-1]

2024.10.10 

박규서

(외국어대/건국대 겸임교수, 경영학박사, 공인회계사, 보험계리사)


2024년, 국내 보험산업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IFRS17을 도입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부 공시 재무제표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보험산업 전반의 구조적인 원인에 기인한 것이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외부 공시용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준인 IFRS17로 대별되는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 이하 “GAAP”)과 감독당국의 보험산업 감독을 위한 감독회계(Statutory Accounting Principles, 이하 “SAP”)에 대한 수십 년간 이어온 잘못된 인식이다.


보험회사들은 IFRS 도입 이전에도 재무제표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되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SAP에 의해 회계처리가 이루어졌고, 회계법인도 이 커다란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 보험산업과 회계법인에서는 이를 "실질적 일원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잘못된 인식이었고, 이로 인해 GAAP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동일한 경제적 실질이라 할지라도, 이를 인식하는 체계가 다르면 그 결과 또한 다르게 나타난다. 회계에서도 목적이 다르면 필연적으로 회계처리에는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상식이다. 목적이 다른 재무회계와 감독회계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보험산업은 오랫동안 SAP을 기준으로 외부 공시 재무제표를 작성해 왔고, IFRS17 도입 전까지 GAAP을 사실상 무시해 왔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이 수십 년간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회계정보, 특히 외부 공시용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저하시키고 있다. 이러한 관행이 IFRS17 도입으로 늦게나마 바뀌길 시장과 감독당국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IFRS17을 도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시장과 많은 매스컴은 여전히 보험산업의 외부 공시 재무제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의 외부 공시 회계정보를 분석하더라도, 이를 통해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외부 정보이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막대한 내부 자원을 들여 산출하고, 매년 수억에서 수십억 원을 들여 감사 비용을 지출하며 시장에 발표되는 외부 공시 재무제표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최근 일부에서는 시장의 불신 속에서 회계 이원화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 보험회계는 이미 1990년대 말 IMF 금융위기 이후부터 GAAP과 SAP가 이원화된 상태였으며, 외부 공시 재무제표는 GAAP에 기초해 작성되어야 했다. 따라서 SAP이 실질과 다르게 적용된 부분이 있었다면, 회계처리는 GAAP에 따라 이루어졌어야 했다. 이는 IFRS17 적용 전이나 후나 동일한 원칙이다. 설사 IFRS가 없었다고 해도, ‘실질’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어야 한다.


보험산업과 회계법인, 학계는 SAP을 보완해 IFRS17을 적용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실무적인 어려움을 줄여줄 것처럼 보였을지라도, 또 다른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예를 들어, 보험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도 목적이나 회계기준이 달라지면 필연적으로 차이가 발생하며, 최소한의 조정을 거쳐 각 기준에 따른 재무제표를 따로 작성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재무회계와 세무회계의 차이이고, 국가별 회계기준 차이에 따른 별도의 재무제표 작성도 보편적인 사례다. 그러나, 더 복잡하고 장기 상품을 다루는 보험회계에서 SAP과 GAAP을 일원화하여 동일하게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요컨대, 보험산업도 예외 없이 외부 공시 재무제표 작성에서 '실질'을 충실히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IFRS17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보험산업은 IFRS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실질’에 대한 최우선 목표를 잃어버린 것 같다. 그리고 외부 공시 재무제표에 대해 회계법인과 계리법인은 IFRS17을 포함한 IFRS에 따라 적정하다는 감사 및 검증 의견을 표명했지만, 시장이나 많은 매스컴은 여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이는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이다. 감독당국도 이러한 이상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야기된 주원인 중 하나는 SAP과 GAAP의 일원화에 대한 오래된 잘못된 관행과 인식이다.


늦었지만 IFRS17 도입 후 1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보험산업은 잘못된 관행과 인식을 철저히 반성하고,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내부적으로 공유하며,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올바른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진정한 용기라 생각된다. 감독당국도 이러한 용기를 가진 기업이 있다면 이를 지원하여 시장을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 본다. 


잘못된 회계 수치는 결코 회사를 장기적으로 올바르게 이끌 수 없다. 보험산업도 금리나 제도 등 환경 변화에 따른 회계 성과나 지급여력상의 불리함이 발생할 때마다 임시방편식 처방을 통하여 벗어나려는 생각을 이제는 지양해야 한다. 


IMF 금융위기 그리고 이후 여러 금융위기를 거치며 우리는 수많은 실패 사례를 시장에서 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산업의 변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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