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험회계가 과거에 현금주의였다고?
[박규서의 보험회계 탐방-2]
2024.10.22
박규서 (외국어대/건국대 겸임교수, 경영학박사, 공인회계사, 보험계리사)
최근 너무 많은 변화로 인해 재미있는 일이 많아 뒤를 돌아볼 여유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가끔 지인들이 보내 준 기사나 논문을 읽거나 대화를 하다 보면, 2024년에도 여전히 곳곳에서 보험회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오해가 현재 보험회계의 정착을 방해하는 오랜 관행과 문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에 잠시 뒤를 돌아보고자 한다. (이 글의 목적은 과거의 잘못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상이나 과거의 역사를 명확히 구분해야 과거에서 배울 수 있고 미래의 오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사뿐만 아니라 심지어 감사를 하는 회계법인의 인식이나 국내 유수의 회계 논문에서도 IFRS17 이전에, 마치 IFRS4에서는 보험산업에서 예를 들어 보험수익에 대하여 현금주의가 인정된 것처럼 주장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잘못된 인식이다.
보험산업에 있어서 IFRS4가 있기 이전에도 우리나라 외부공시용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일반회계원칙이나 보험에 대한 회계처리에 있어 현금주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당연히 발생주의였다. 현금주의에 따라 처리한 것은 대부분의 보험회사의 실무상 처리였고, 감독회계에서 그러한 부분을 용인한 것이다.
현금주의와 발생주의에 대해 복잡한 설명은 피하고 간략하게 사례를 들어보자. 보험회사가 보험료 1,000원을 12월 31일에 받아야 했는데 받지 못했다면, 현금주의에서는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는다. 그러나 발생주의에서는 해당 보험료를 현금으로 받지 않았더라도 해당 금액을 재무제표에 인식하게 된다.
학계 논문이나 기사 등에서도 IFRS4의 경우 관행에 따라 현금주의가 인정된 것처럼 논의된 부분들이 여전히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학계나 회계법인들이 이 이슈를 생각하고 주장한다면 자본시장이나 산업에서는 잘못된 해석을 할 수 있다.
보험회계와 관련된 현금주의와 발생주의에 대한 이슈는, 외부공시용 재무제표를 만드는 재무회계기준에서 본다면 기존의 현금주의에 의한 회계처리는 인정된 관행이 아니라 회계 오류이다. 감독회계나 감독규정은 현금주의로 하든 발생주의로 하든 제한된 감독당국이 감독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기에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외부공시용 재무제표상 발생주의가 아닌 현금주의로 작성된 것은 회계기준 위반인 오류로, 그 금액이 중요하였다면 회계감사 시 지적되어 의견을 한정하든지 이를 수정하도록 했어야 한다.
이 글의 전반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과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들추자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현상을 보다 정확히 진단하여 과거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잘못된 것이 인정된 관행으로 비추어진다면 자본시장의 일반 투자자나 보험산업, 회계법인, 대학교 등에서 새로이 진출하는 젊은이들은 마치 과거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착각하여 과거의 오류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거창한 말을 쓰진 않겠지만, 보험회계에서도 과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결여되면 또다시 그러한 과오를 범할 수 있기에 이 글을 쓴다.
2024년 보험회계의 혼란도 사실 이러한 보험산업의 인식 오류가 일정 부분 복합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