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흐름의 중요성
”쏘뇨님, 영상 업체랑 어디까지 이야기되셨어요? 사진 촬영은 들어가는 거죠?“ 입사 이래 처음으로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우리 팀, 타 팀 상관없이 질문은 질문을 만들며 큰 눈덩어리로 굴러와 하나씩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 된다. 하루는 질문이 많은 것이 문제일까에 대해 생각해 봤다.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시간이 가니 시간 분배에 대한 이슈인지 일이 명확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다 요즘 겪는 질문들은 앞서 이야기한 것들의 문제가 아닌 정보량의 차이에서 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적 있지 않은가? 일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모르거나 회의에 들어가지 않아 어떤 결정이 오갔는지 모르는 상황말이다. 일 뿐 아니라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 상황이 어떻고 사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 새로운 정보가 나에게까지 오지 않을 때가 많다. 어느 새부터 정보의 불균형을 정보량이 적다 또는 정보량이 다르다고 하고 있다. 정보량이 다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정보량의 차이는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까?
매주 팀 미팅을 하는 팀에도 있었고 팀미팅을 한 달에 한 번도 하지 않은 팀에도 있었다. 비교하자면 후자가 더 비효율적으로 일했고 팀원끼리 무엇을 하는지 몰라 개인주의가 더 강했다. 특히 자기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묻힐 때까지 기다리는 이상한 팀이 되어버렸다. 팀장은 비효율을 못 본 체하며 하루 버티는 것에 만족하며 일을 이어나갔다. 단지 팀 미팅을 하지 않기 때문일까?
팀미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새로운 정보도 기본 정보도 서로 공유되지 않음을 뜻한다. 서로 무엇을 하는지 모르니 의사소통이 줄어가고 새로운 정보가 소수의 인원에게만 한정적으로 유입되니 정보의 불균형 일어난다. 정보의 불균형은 곧잘 위계질서로 이어진다. 수직적인 조직은 정보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각 직급마다 정보의 접근성의 차이가 심하다. 정보는 조직 안에서 힘이 되기에 정보량이 작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굴복된다. 이렇게 정보량의 불균형은 힘의 차이를 만들며 수직적인 문화를 만들어간다.
문화는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아무리 다양하다 해도 핵심요소는 두 가지야. 하나는 직원들에 대한 보상 체계가 어떤 방식으로 조직의 사명이나 가치와 연계되는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조직 내에서 어떤 식으로 권한과 정보가 공유되는가 하는 것이지. 본질적으로 이 두 가지 핵심요소에서 여러 가지 문화적 양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어.
- 에릭 시노웨이, 메릴 미도우, 『하워드의 선물』, 위즈덤하우스
많은 스타트업은 수평적인 문화를 추구한다. 이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정보의 흐름이다. 인원의 갑작스러운 증가로 문화가 바뀐 스타트업을 컨설팅하면 문화 변화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정보의 불균형에서 온다. 인원이 늘어나고 많은 문화가 뒤섞여 기존 문화가 흔들린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정보를 제한하는 사람이 있을 때도 문화의 변화가 나타난다.
실제 수직적인 회사에 있던 팀장 급이 수평적인 회사로 이직했을 때 정보량을 어떻게 handling 할 줄 몰라 문제가 생긴다. 위에서 들은 정보를 팀원들과 공유하지 않게 되면 팀마다 정보량이 다르게 되며 불평등이 일어난다. 자연스레 뒷말과 카더라가 판을 치게 되며 정보량으로 인한 힘의 균형이 어그러진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수평적인 문화가 수직적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기에 정보의 투명화는 중요하다. 우리 회사의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큰 단점이 있지만 수평적인 조직을 추구한다면 조직 구성원 모두 다 회사 정보(기본 정보, 업데이트된 정보, 새로운 정보 등)에 접근 가능해야 한다. 심지어 창업자의 투자 유치 및 실패까지도 이야기 나눠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고 수평적인 회사 문화가 형성된다. D&Department의 창업자인 나가오카 겐메이는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에서 좋은 회사는 창업자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를 공유한다고 했다. 현재 독자들이 다니고 있는 회사는 그러한가?
‘조직 내에서 정보 흐름이 원활한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서 정보란 혈액 순환과 같아. 혈액 순환이 잘 안 되면 인체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듯이 정보도 마찬가지야. 정보 흐름이 활발한 조직이 있는가 하면, 어느 한 곳에만 정보가 쌓이거나 쓸데없이 흐름을 제한하는 조직이 있지. 효과적이지 않은 문화일수록 후자에 가까워. 그런 조직은 사고가 터졌을 때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을 취하는 게 아니라 서로 책임을 따지는 데만 급급하지.
- 에릭 시노웨이, 메릴 미도우, 『하워드의 선물』, 위즈덤하우스
팀 미팅을 자주 가지는 것은 겉으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업무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준다. 중요한 정보가 제때 공유되면 상사의 의도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새로운 정보에 맞춰 업무를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다. 각자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알게 되면서 불필요한 오해가 줄어들며 업무 정리 역시 쉽게 이루어진다. 자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팀의 분위기는 점점 밝아지고, 각자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도 커진다.
코로나 이후 저녁 회식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점심 모임마저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로 인해 팀원들 간의 거리는 물리적일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멀어지고 있다. 재택근무와 외근이 늘어나면서 팀원들 간의 공유 시간은 자연스레 줄어들고 함께할 시간이 점차 사라지면서 기업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개인의 성장과 시간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지금, 팀 미팅으로 정보의 흐름을 유연하게 만들고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매일같이 만나서 작은 부분에 대해서도 자주 의사소통을 하는 상대에게 책임감을 느낀다. 매주 짧지만 효과적인 모임을 갖게 되면 정보의 교류와 협력에 대한 준비는 증진된다.
- 프랑크 베르츠바흐, 『창조성을 지켜라』, 안그라픽스
신기하게도 투명한 정보의 흐름과 잦은 대화가 창의적인 환경을 만든다는 점이다. 정보와 데이터에 쉽게 접근 가능하고 공유 가능할 때 우리는 그 위에 나만의 지식을 덧붙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 이전에 했던 프로젝트를 다시 들여다보고 거기서 배우는 것만으로도 한 걸음 더 나아간 작업물을 만들 수 있다. 팀을 옮기거나 이직했을 때, 필요한 자료를 챙기지 못해 아쉬웠던 경험이 있는가? 만약 그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면, 더 나은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다.
결국 회사 안에서 정보의 투명성은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낸다. 토스의 유난한 도전에서도 "세세한 업무 지침이나 관리가 필요 없는 탁월한 인재를 채용하며, 그렇게 합류한 팀원에게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자율성을 부여"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의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