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디 Oct 25. 2023

남편에게 비키니를 사달라는 엄마

어제저녁 총각무 김치를 가져다준다고 

엄마가 우리 집에 왔다.


남편은 엄마가 좋아하는 

파스타를 만들어주었다.


남편은 음식을 아주 맛있게 만드는

기술 좋은 셰프다.


둥그렇고 하얀 접시에

불그스름한 면발이 올려진다.


그 위에는 하얀 파마산 치즈가

폭신하게 덮여있다.


맛있다.



셋이 모여 앉아 양손에는

포크와 수저를 쥐고 저녁을 먹노라니

굉장히 이국적인 느낌이다.


라디오에서 흐르는

팝뮤직도 분위기를 배가 시키는데 

한 몫했다.


대화와 음악이 있는 

저녁밥상. 


-


다음 달에는 엄마와 단 둘이

베트남여행을 간다.


알다시피 베트남은 가성비가

굉장히 좋은 여행지다.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낮은 가격 순'으로 정렬을 하고

그중 '낮은 리뷰 순'으로 또 정렬을 한 다음

개 중 가장 나아 보이는 숙소를 선택하는 거 말고 


높은 가격 순으로 가장 리뷰가 좋은 숙소에서

묵기로 했다. 


무려 5성급 리조트!


-


쉬러 가자는 취지에 맞게

하루는 리조트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거라고 

엄마에게 설명했다. 


엄마는 대뜸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00아, 나 수영복 사줘. 비키니루다가."


열심히 접시를 비워대던 남편은 당황했다. 


'네? 아~ 네.'


나도 당황했다. 


하지만 엄마는 당황하지 않았다.

다음 말을 이어갔을 뿐이다.


'뽕브라는 있어야 된다~'


-


집에 가서 일기를 써야 한다며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간 엄마를 배웅하고

남편은 설거지를 시작했다.

다음은 수영복을 고르기 시작했다. 


"장바구니에 두 개 담아놨는데 같이 골라야 할 거 같아!"


-


사위에게 비키니를 사달라는 엄마도 평범하진 않고

또 자연스럽게 받아주는 내 남편도 평범하진 않다.


양쪽 다 사랑스럽다. 든든하고 참 감사한 존재들이다.


-


베트남 여행을 처음 꺼낸 것도 남편이었다.


'엄마랑 가서 호화롭게 놀다 와.'

'이리 와 앉아봐. 비행기 빨리 끊어야지!'

'숙소도 얼른 해. 좋은 데는 금방 빠진다~'

'숙소 근처 맛집 링크 보내놨어~'

'베트남은 프렌치 요리가 유명하니까 코스로 꼭 먹어보고.

아 물론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 알아봐 줄게.'


-


행복하다.


남편은 날 사랑하고 있다. 

우리 엄마도 사랑하고 있다.


엄마 또한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


우리 모두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별안간 행복의 눈물이 핑 돈다.


정말이지 눈물 나게 감사한 저녁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