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총각무 김치를 가져다준다고
엄마가 우리 집에 왔다.
남편은 엄마가 좋아하는
파스타를 만들어주었다.
남편은 음식을 아주 맛있게 만드는
기술 좋은 셰프다.
둥그렇고 하얀 접시에
불그스름한 면발이 올려진다.
그 위에는 하얀 파마산 치즈가
폭신하게 덮여있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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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모여 앉아 양손에는
포크와 수저를 쥐고 저녁을 먹노라니
굉장히 이국적인 느낌이다.
라디오에서 흐르는
팝뮤직도 분위기를 배가 시키는데
한 몫했다.
대화와 음악이 있는
저녁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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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에는 엄마와 단 둘이
베트남여행을 간다.
알다시피 베트남은 가성비가
굉장히 좋은 여행지다.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낮은 가격 순'으로 정렬을 하고
그중 '낮은 리뷰 순'으로 또 정렬을 한 다음
개 중 가장 나아 보이는 숙소를 선택하는 거 말고
높은 가격 순으로 가장 리뷰가 좋은 숙소에서
묵기로 했다.
무려 5성급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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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러 가자는 취지에 맞게
하루는 리조트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거라고
엄마에게 설명했다.
엄마는 대뜸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00아, 나 수영복 사줘. 비키니루다가."
열심히 접시를 비워대던 남편은 당황했다.
'네? 아~ 네.'
나도 당황했다.
하지만 엄마는 당황하지 않았다.
다음 말을 이어갔을 뿐이다.
'뽕브라는 있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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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일기를 써야 한다며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간 엄마를 배웅하고
남편은 설거지를 시작했다.
다음은 수영복을 고르기 시작했다.
"장바구니에 두 개 담아놨는데 같이 골라야 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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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에게 비키니를 사달라는 엄마도 평범하진 않고
또 자연스럽게 받아주는 내 남편도 평범하진 않다.
양쪽 다 사랑스럽다. 든든하고 참 감사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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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을 처음 꺼낸 것도 남편이었다.
'엄마랑 가서 호화롭게 놀다 와.'
'이리 와 앉아봐. 비행기 빨리 끊어야지!'
'숙소도 얼른 해. 좋은 데는 금방 빠진다~'
'숙소 근처 맛집 링크 보내놨어~'
'베트남은 프렌치 요리가 유명하니까 코스로 꼭 먹어보고.
아 물론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 알아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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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
남편은 날 사랑하고 있다.
우리 엄마도 사랑하고 있다.
엄마 또한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
우리 모두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별안간 행복의 눈물이 핑 돈다.
정말이지 눈물 나게 감사한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