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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디 Nov 06. 2023

호모 프롬프트, AI 말고 남편이랑 어떠세요?

'호모 프롬프트'


매년 새로운 키워드를 소개하며 한 해의 트렌드를 예상하는 경제도서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2024년 대표 키워드 중 하나로 '호모 프롬프트'를 꼽았다. 


'호모 프롬프트'란 AI를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다시 말해 AI에게 좋은 질문을 해 좋은 답변을 받아내는, AI와 좋은 티키타카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말한다.  


AI를 잘 다룬다고? 

그전에 프롬프트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면,


프롬프트란 인공지능과 소통하는 채널이자, 방식, 그리고 AI와 말을 주고받는
연속적인 질문과 대답의 과정을 지칭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4>

컴퓨터 화면에서 명령어를 입력하는 깜빡거리는 밑줄(_)을 본 적이 있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본래의 프롬프트이다. 사실 프롬프트는 컴퓨터가 명령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단말기의 신호를 뜻한다. 




불현듯 생각이 스친다. 


우리 부부도 서로에게 좋은 '호모 프롬프트'일까?


AI를 '부부'라는 단어로 바꿔 끼워본다. 


'호모 프롬프트'란 부부가 서로를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아 좀 어색한 것 같다.




그럼 대신 이건 어떨지?


'호모 프롬프트'란 부부간 좋은 티키타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일종의 기술이다.


프롬프트란 부부가 서로 소통하는 채널이자, 방식, 그리고 부부간의 말을 주고받는 연속적인 질문과 대답의 과정을 지칭한다.


오, 그럴듯하다. 


그럼 이 문장을 가지고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나가 볼까?



몇 가지 상황에서 우리 부부가 보이는 행동 과정이다. 이것은 분명 서로의 특성을 적용해 발전시킨 결과물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다. 


[부탁할 때]


나 → 남편 : 

1. 상냥한 목소리를 장착하고

2. 말 끝은 '~해주세요'로 끝나야 한다.

3. 포인트는 '시키는 듯한 말투'는 절대 금물! 남편의 삔또가 나가 버린다.

4. 부탁을 들어줬을 때는 꼭 먼저 칭찬을 해야 남편을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다.


남편 → 나 :

1. 히히 거리며 계속 말한다.

2. 더 히죽 거리며 질릴 때까지 말한다.

3. 약간의 애교를 가미한다.

4. 결국 들어준다. 귀여워서 봐주는 격이다.


[싸울 때]

 

나 → 남편 : 

1. 가르치는 듯한 말투를 지양하고,

2. 남편의 말을 듣는다.

3. 중간중간에 대답은 꼭 해야 한다.

4. 남편은 가만히 듣고만 있으면 무시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남편 → 나 :

1. 소리를 낮추고

2. 말을 고르고

3. 나의 입장 또한 이해한다는 제스처를 수반해야 하며

4. 젠틀하게 한 발 물러나야 한다.

5. 나는 말에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궁금한 걸 물을 때]

 

나 → 남편 : 

1. 진짜 궁금해서 묻는다는 느낌을 내뿜어야 한다.

2. '그냥'물어봤다고 하면 자꾸 '왜'냐고 물어오기 때문이다.

3. 이유 없는 궁금증은 남편을 불안하게 만든다.


남편 → 나 :

1. 궁금한 건 그냥 묻는다.

2. 내 경우, 뒤에 있는 숨은 이유는 사실 안 궁금하다.


[여행 갈 때]

 

나 → 남편 → 나 :

1.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거, 가고 싶은 곳을 남편에게 말한다.

2. 남편은 내 의견을 반영해 전반적인 여행정보를 찾는다.

3. 결과에 따른 옵션을 남편이 내게 제시한다. (여기서 옵션은 1차적으로 남편이 만족한 것들이 선별된다.)

4. 내가 고른다.

5. 함께 즐긴다.

6. 서로 뒷말은 없다. 

7. 끝


[좋은 행동을 나누고 싶을 때]


나 → 남편 : 

1. 남편이 해줬으면 하는 행동을 내가 먼저 며칠 동안 지속한다. 

2. 남편이 보는 앞에서는 더 한다.

3. 스리슬쩍 미끼를 던진다. 

(식탁 위에 책 올려두기, 밥 먹으면서 자기 계발 영상 보기, 운전할 때 세바시 듣기 등)

4. 한두 마디 꺼낸다.

5. '~하면 좋대.', '~하니까 너무 좋다. 진짜!!!!'

6. 기다린다. 대략 일주일 뒤면 반응이 온다. 

7. 일주일 뒤, 남편은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남편 → 나 :

1. 해당 행동을 알게 된 출처를 호기롭게 나에게 말한다. 인스타, 유튜브, 직장동료 등

2. '나는 이제 이렇게 할 거야.'라고 더 호기롭게 말한다.

3. 나는 남편을 응원한다. '대단해!', '맞네! 맞는 말이네.'

4. 혼자 있는 시간이 오면 남편의 말을 상기한다.

5. 정말 맞는 말이라고 인정한다.

6. 행동에 대입한다.

7. 행동한다. 



동거 시절 정말 말 그대로 뒈지게 싸우던 우리라 서로를 다루는 기술을 나름 습득했다. 꽤나 정교하고 합리적이다. 알게 모르게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하는 이런 노력들 덕분인지는 몰라도 요즘 우리는 일절 싸우지 않는다. 큰 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감정을 상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저 우스꽝스럽게 웃고 떠들거나, 발전적인 대화를 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AI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얼마나 잘 다뤄야 할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근데 난 다 떠나서, 내 남자 잘 다루는 기술이나 더 연마해야지 싶다. 평생 끼고 살 것은 AI 말고 내 남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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