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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디 Nov 13. 2023

前고시준비생 남편의 이로운 점

아니 솔직히 이런 말하면 다들 비웃을지 모르겠다.


내가 요즘 부자가 되는 공부를 말 그대로 '열라게' 하고 있는데,

이게 한두 달 지속하다 보니까 슬슬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지 

그 모호했던 디렉션이 뚜렷해지는 기분이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

2024년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치러지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해보려고 한다.




내 주변에는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도 없고 심지어는 관심이 있는 듯 보이는 사람조차 없다.


단 한 명도.


그러니 지금까지 내가 부동산에 무지했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나 자기 계발서를 한두 권 독파하고 이런저런 경제 기사를 읽고,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부자가 되려면 무조건 투자를 해야 하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우선 나의 '콘텐츠'에 투자를 하고 있다.

뭘 투자하냐고?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있다.


근데 이게 구체적이지가 않다.

뭔가 추상적이고 피상적이다.

그래서 곰곰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먼저 내 직업.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직업은 나 스스로가 아무리 능력을 키워 봤자 월급이 정해져 있는 직업이다. 

비영리 단체에 다니고 있으니, 능력에 따른 성과가 돈으로 환산될 일은 거의 없다.

아니 불가능하려나?


그래서 내 시간당 가치를 돈으로 계산해 봤다.

12000원 나온다.


이래서 무슨 부자.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이 직업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지난달에 사표를 냈다.

근데 실업급여가 아까워 1년은 채우려고 다니는 중이다.


대단한 변화가 무조건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다음 내 능력.


나 책 좋아하고 글 좋아하고 배우는거 좋아한다.

머리에 지식 넣는거 좋아한다.

공부? 좋다.


끝.


그다음 내 현실.


자가는 없지만 그렇다고 당장 빚에 허덕이지도 않는다.

저축통장에는 매달 한두 푼이 꼬박꼬박 쌓이고 있고, 해외여행도 잘 다닌다.


물론 내쪽에서 벌이가 끊기면 저축할 돈이 삭제되기는 한다. 

보도셰퍼가 말하는 옛날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부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서라면?

그 시간이 투입된 공부의 결과가 현재보다 더 큰 미래 수익을 가져다준다면?


투자할 만하다.

시간을 레버리지 하는 거다.

레버리지.

부자들은 이거 꼭 한다는데.

부자가 되고 싶으면 이거 꼭 하라는데.

오케이.

레버리지 그거 나도 한 번 해보자.




공인중개사 자격증이라는 화두를 처음 꺼낸 건 남편이었다. 


이따금씩 남편이 부동산 공부를 해보라고 권유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부동산이라는 세 글자는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키워드였고, 그래서 싫다고 딱 잘라 말했다.


남편은 부동산은 여자들이 더 잘한다는 내 기준, 근거 없는 말을 건네며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러면서 일 관두면 시작해 보라고. 강의 들으면서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어젯밤, 처음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다.

이런저런 블로그 후기도 보고, 유튜브 영상도 본 결과 나는 정말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버린 것이다.


네이버 검색 상단에 뜨는 광고란에는 이곳저곳 부동산으로 유명한 학원이름이 줄줄이 나왔는데, 딱 보니 사이즈가 나왔다.


'아 수강료 개 비싸겠네.'


남편에게 말했다.


'뭐, 환급 프로그램이라는데 한 190만 원 정도 하는 거 같아. 근데 EBS는 20만 원 정도고.'


남편이 곧바로 대답했다.


'190만 원짜리 해야지. 그런 데가 더 쉽게 잘 가르쳐.'




아니 어디서 냄새가 진동하는데? 쿨내...


캬 난 속으로 감탄을 하고 말았지.

우리, 부자도 아닌데 내 남편 왜 이렇게 쿨해? 진짜 멋있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 남편의 이 쿨함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우선 내 남편은 전문가 신뢰형 인간이다.

무슨 일을 해도 허접하게 여러 번 하는 것보다 비용이 지불하더라도 확실하게 한 번에 끝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유형.


남편은 20대 초반에 노량진에서 2년 정도 고시공부를 했었다고 했다.

그 경험으로 강의의 질과 수준이 그 시험의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키임을 알았던 걸까.


남편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더라도 나의 목표를 확실하고 신속하게 끝내길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싸네 어쩌네 쓸데없는 말 안 하고 그냥 공부를 할 거면 제대로 된 곳에서 배우라고.




나 진짜 돈 많이 벌면 

내 남편 비싼 외제차 사줄 거다.

남편의 드림카. 전에는 머스탱이었는데 요즘은 지프로 바뀌었다.

지프가 남자의 로망이라나 뭐라나.


여하튼 꼭 해줄 거다.


사랑해 남편.

이거 읽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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