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평균율 3번, BWV 848
아침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만들어 피아노앞에 앉자마자
유령처럼 건반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언제라도 되풀이하고 싶은 시간
풀잎이 이슬을 머금고
아직 열리지 않은 튤립 송이들이
자신들을 발음해보라며 재촉한다
튜-할때 입술이 키스해달라는 것처럼 보이지 않냐고
그것을 잊고
길을 계속 미끄러지듯
손가락이 부드러운 작은 망치들처럼
빠르게
건반을 내려칠때
아치모양으로 굽은
작은 다리를 건너니
그 아래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독이 들은 수액을 뻗쳐올리는
신비한 덤불이 산책자를 맞이한다
밀어내고 밀어내고
헤치고 헤치고 나아가면
다시 햇살이 따뜻한
이름모를 허브들이 자라는 곳
풀벌레들이 가볍게 여기저기서 튀어오르는
작은 언덕을 지나
세상이 전체적으로 반음씩 올라간다면 이런 기분일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 아침은 잘 드셨나요,
백작님
- 오늘의 모닝커피는
맛이 쓰군요
- 그게 커피의 묘미죠
밤엔 잘 주무셨나요,
백작님
- 그럼요
이시간이 너무 그리워서
일찍 잠에 들었답니다
- 그러시군요
정원에 고양이들도 그러하죠
그들은 아침에
쫓고 쫓기기 위해서
밤에 몸을 한껏 웅크린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친구가 잘 있나 나와보는 거죠
그리고 변함없이 그가 그 자리에 보이면
쏜살같이 도망치는 겁니다
그러면 뒤이어 그가 쫓아오는 놀이를
하는 겁니다
그럴때 그들은 얼마나 조심스럽고 유연한가요
우리 피아노 치는 사람들은 그걸 배워야합니다
그들의 몸짓을 연구하세요
- 아니요 전 이미 그들을 보는 순간
제 몸이 긴장을 풀고
손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느꼈답니다
정말 신기하죠 우리는 우리가 보는 것을 닮아갑니다
-그래요
그래서 오늘 산책은 어떠셨는지?
- 아주 좋았어요
다만 왜 여기서 갑자기 독풀들이 나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 그게 삶이죠
백작님
피해갈수 없는 거 아시잖아요오
- 저도 이해해보려고 노력중이랍니다
왜 천국같은 곳에
이런 골짜기가 있는지
https://youtu.be/INfgHUn-y0I?si=1yg2CS84WrGGM3Gt
바흐 평균율 3번, BWV 848, András Schi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