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기쁨을 안은 번화가의 거리는 무척이나 대조적이다. 불타는 금요일의 일분일초라도 놓칠까 치밀하게 노는 사람들과 돈을 위해 치열한 삶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들.
수백의 등록금을 만들기 위해 최저시급을 받으며 온갖 주정을 다 받아내는 알바와 웃기지도 않는 상사의 농담에도 억지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지키는 회사원. 연인과 헤어져 세상 끝난 것처럼 울어대던 여자와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해 길바닥에 쓰러진 남자. 사람들 테이블을 돌며 어떻게든 물건 하나 팔아보려는 보부상과 이를 보고 제지하는 가게 사장. 닮은 구석 하나 없는 이 무리들을 모두 한자리에 그러모은 거리의 분위기는 최고의 앙상블이다.
시골이었다면 앞도 보이지 않을 새벽. 번화가의 거리는 낮보다 밝다. 어둠을 밝히는 간판들은 술이 더 필요한 주정뱅이들을 등대처럼 인도한다. 간판 뒤에 숨어 하얀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청춘들의 피곤함은 그들의 젊음마저 사위었고, 기약 없는 택시로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의 초조함에 거리는 메말라간다.
어둠을 밝히던 마지막 간판이 꺼지면 투쟁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 이들의 하루도 막을 내린다. 치열한 혹은 치밀했던 사람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그저 자유롭고 싶었던 열망과 잔혹하기 만한 현실의 허망뿐이리라.
거리는 비로소 아침이 돼서야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