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사펀드 May 25. 2018

#53. 올해 연봉은 0원입니다.

농사펀드 뉴스레터 '에디터가 쓰다'

올해 연봉은 0원입니다. 


지난 월요일, 멀리 무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올봄은 유난히 추운 날들이 많았지요. 그래서 보일러를 4월까지도 틀어 관리비 폭탄이 이어졌고, 세탁소 맡겼던 겨울 외투를 다시 꺼내 입어야 했죠. 갑작스럽게 우박이나 봄비가 쏟아지기도 해서, 퇴근길에 운동화가 젖어 불평하기도 했고요. 도시에 사는 저는 올봄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농촌에서 올봄의 추위는 사뭇 달랐습니다. 꽃이 피어야 할 시기에 싹이 얼었고, 아카시아꽃은 피지 못 했습니다. 그나마 개화를 한 꽃도 급작스럽게 쏟아진 폭우에 꿀이 씻겨 내려갔지요. 꿀을 모아야 할 벌들은 자연스레 먹이를 잃었고, 올해 여디디야 양봉원에서는 아카시아 꿀을 생산하지 못했습니다. 


급작스러운 한파 때문에 우리 회사가 문을 닫는다면 어떨까요? 
당장 이번 달에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 다면요? 


그리고 오늘 점심, 매실 농부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역시나 올봄 냉해 피해를 입어 매실 열매가 열리지 않았고, 올해 펀드는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본인의 잘못은 아니지만, 연신 미안하다고 하시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농부님의 목소리에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매실 꽃이 무상하게 냉해피해를 입은 매실들. 안타까움이 가득입니다.


찬장 깊숙하게 넣어둔 꿀 한 병, 냉장고 속 매실청. 사실 우리의 식탁에 꼭 필요한 재료는 아니에요. 아쉬운 대로 설탕을 넣어도 되고, 마트에서 쉽게 대체품을 살 수도 있습니다. 도시에서의 비바람은 퇴근길 성가신 존재이지만, 농촌에서의 비바람은 올 한 해의 농사를 망치는 주범이 될 수 있어요. 도시에서만 산다면 평생 모를 이야기이지만, 농촌과 도시의 간극을 평생 외면할 수만은 없습니다. 


저와 농사펀드의 일이 도시와 농촌의 온도 차이를 줄이는 데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2018년 5월 24일 
알고 보면 도시공학을 전공했습니다만 
공학도 이주영 에디터 드림

매거진의 이전글 #14. 달콤바삭 과일 크럼블 어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