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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사펀드 Jun 11. 2018

#16. 약간의 거리를 둔다.

농사펀드 뉴스레터 '에디터가 쓰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


새내기 에디터입니다.

#1.
농부님을 뵈러 농촌을 찾았습니다. 전화로만 뵙던 농부님을 직접 뵙고, 농장도 둘러보며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두 분의 사진이 필요해서 함께 서 계시길 요청했는데, 많이 어색해하시더라고요. 우여곡절 끝에 어색한 연출 샷을 하나 들고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사무실에서 사진을 솎아내던 중, 괜히 마음 가는 사진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시선 방향도 다르고 심지어 가까이 있지도 않은, 말 그대로 'B컷'입니다. 근데 이상하게 보기 좋더군요. 부부 농부라 해서 같이 있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오히려 남들과 함께 있을 때는 조금 거리를 둔 모습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에 편안한 감정을 받았던 건, 어쩌면 농부님께서 자연스러운 거리를 주셨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전화로만 만나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힐 수는 없었을 테니, 서로 가까워지는 시간을 주셨던 게 아니었을까요?


#2. 
저희 뉴스레터를 읽어보신다는 분을 만났습니다. 인상 깊었던 구절을 말씀하시며 잘 읽고 계시다는 말을 하셨죠. 예상치 못한 만남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사실 누가 받을지 모르는 편지를 쓰면서, 정작 읽은 사람을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었거든요. 누가 받을지 알았더라면 그 사람에게 맞는 편지를 쓸 걸, 후회도 되었습니다. 

저희는 이름 모를 독자를 위해 글을 쓰면서 독자를 상상합니다.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가 어떤 이에게는 위안, 혹자에게는 정보, 또는 선물이 되길 바라면서요. 어제는 급격히 짧아진 거리에 미처 예상을 못 했지만, 다음에 또 다른 독자를 만날 때는 좀 더 가까운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습니다. 우리는 상상했을 뿐인데, 실제로 그것을 이루어주셨으니깐요. 



2017년 7월 24일 
좋은 가치를 올바른 방법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강규혁 에디터 드림


#3.

감사합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잊지않고 저희의 이야기를 봐주셔서 감사해요. 우리의 일상을, 함께한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오랜 시간 여러분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직접 만나게 되어도 우린 구면이니깐, 친하게 인사해요. 반갑게 알아봐요. (2018년 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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