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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Mar 17. 2024

닻 갤러리_경기도 광주

토요일,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음주로 그냥 다음에 갈까 뭉그적거리다가, 무거운 머리를 씻어내고 차에 올랐습니다. 친구들과 약속이 생기기 전 생각했던, '촬영지 사전 답사'라는 숙제 말이죠.

오늘 날씨는 분명히 구름 조금 낀 맑은 날이라고 했는데, 안개도 심하고, 비도 오고 장난이 아닙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목적지가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날이 좋아질 기미가 보입니다. 자동차 전용 도로를 나와서 마을길을 달리다가 조그마한 산길로 접어 듭니다. 닻 갤러리는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전 설명을 보지 않았다면 의아했을 작은 길입니다.

사전에 갤러리 오픈 시간(오전 11시)을 확인하지 못한 불찰로, 너무 일찍 도착해서 한가롭게 주변을 돌아 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갤러리 닻은 산 중턱에 공동체 마을처럼 조성된 공간에 있습니다. 야곱의 집, 요셉의 집, 교회, 식당, 펜션 등 다양한 건축물과 함께 있어서, 이렇게 종교시설을 만들어도 좋겠구나 했습니다(나중에 닻이 오픈하고 카페 ‘돛’에 있는 안내문에서, 종교 시설들과 닻 갤러리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꽃이 피는 계절에 오면 참 좋겠다 싶을 정도로 주변에 나무들이 많습니다. 산책길을 따라서 돌아보니 꽤 넓은 공간입니다. 새 소리도 들리고, 햇살도 따스하고, 시원한 바람에 옷깃도 여미게 됩니다. 사진은 뒷전이고 이 ‘한가로움’을 즐깁니다.  

11시 정각, 오픈한 갤러리 카페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전시장으로 들어갑니다. 작품 수의 문제는 아니지만 갤러리 규모가 생각보다 작아서 좀 아쉽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도 없는 전시장에서 작품 감상을 하면서 한층 더 여유로워집니다.

갤러리를 나와서 빛의 방향이 바뀐 공간들을 다시 천천히 둘러봅니다. 모두가 어울려서 촬영을 하기보다는, 혼자서 조용하게 생각에 젖어 산책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https://datz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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