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번 사진 분석을 하신 글 중에서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틈새를 시각화한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 공적 공간(영역)과 사적 공간(영역)의 틈새를 시각과 한다는 말이 모호하셨군요. 이 말은 두 영역이 서로 만나거나, 충돌하거나, 혹은 겹쳐지는 '경계 지점'에 주목해서, 그곳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긴장, 사회적 현상, 또는 정체성의 혼란을 사진으로 포착하고 드러낸다는 뜻입니다. 자 예를 들어볼게요.'
'카페에 앉아서 노트북을 펼치고 있는 한 여자 사진입니다. 배경은 흐릿하지만 카페라는 것은 인식할 수 있고, 창문 너머 거리 풍경이 보입니다. 이것은 공적 공간을 찍은 사진일까요, 사적 공간을 찍은 사진일까요?'
'카페니까 공적 공간이겠죠?'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여자는 매우 사적인 행위를 하고 있지 않나요?노트북을 펴고 개인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순간 앉아 있는 테이블은 그녀에게 어떤 공간일까요?'
'공적 공간이지만 사적 공간일 수도 있겠네요.'
'잘 보셨어요. 여기서 처음에 하셨던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옵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사진은 단순한 카페 풍경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이 교차하는 복잡한 순간이라는 거죠. 처음하신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틈새 시각화'는, 사진을 찍는 모든 사람이 마주하는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지하철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을 찍는다면, 그것은 공적 공간의 사진일까요? 분명히 지하철은 공적 공간입니다. 하지만 울고 있는 사람은 가장 사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누군가의 침실에서의 셀카는 어떻습니까?침실은 가장 사적인 공간이지만, 그 사진이 sns라는 공적인 플랫폼에 게시되는 순간, 그 사진은 여전히 사적 공간의 이미지일까요?
이처럼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유동적이며, 모호합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사진의 내러티브가 시작됩니다.
1. 공적 공간
공적 공간은 말 그대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접근이 허용된 거리, 지하철, 공원, 광장 등을 의미합니다.
도시의 붐비는 거리,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향으로 걷고 있고 사진가는 그중에서 특정 인물이나 순간적인 형태의 조합을 포착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익명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도, 직업도, 어디로 가는지도 모릅니다. 사진가는 사람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알지 못하지만, 그들의 공적인 페르소나와 도시라는 거대한 시스템과의 관계를 시각화합니다. 피사체와 개인적인 관계보다는 사회적 현상이나 우연적 구성을 포착하면서, 관찰자나 목격자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죠.
공적 공간의 사진이 매력적인 이유는, 익명성과 '우연성'에 있습니다.
<공적인 페르소나>는 개인이 공적 공간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연기하는 '사회적 자아' 또는 '가면'을 뜻합니다. 이것은 사적 공간에서의 본연의(또는 그렇게 믿는) 모습과는 구별되는, 다른 사람에게 비치기 위한 '나'의 모습입니다. 이 개념은 심리학자 칼 융에 의해 대중화되었으며, 인물 사진이나 스트릿 포토, 사회적 다큐멘터리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1. 개념의 핵심 : 어빙 고프먼의 '연극으로서의 사회'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공적 페르소나를, 사람들의 사회적 삶을 한 편의 연극에 비유한 연극학적 분석으로 설명했습니다.
(1) 전면 무대 : 이것이 바로 공적 공간입니다. 개인은 이 무대 위에서 관객을 의식하며, 정해진 역할에 맞는 연기를 합니다. 이때 쓰는 가면이 바로 공적 페르소나입니다. (직장에서 유능한 직원의 모습, 강단에서 권위 있는 교수의 모습 등)
(2) 후면 무대 : 이곳은 사적 공간입니다. 연기자가 무대에 오르기 전 분장하고 준비하며, 공연이 끝난 후 가면을 벗고 쉬는 공간입니다. (집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쉬는 모습, 욕실에서의 모습 등)
2. 사적 공간
사적 공간은 접근이 제한된 개인적인 영역을 의미합니다. 집, 침실, 개인 작업실, 심지어는 개인의 일기장이나 컴퓨터까지도 사적 공간입니다. 사적 공간으로 들어가면 사진가의 역할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상과의 신뢰 관계가 전제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됩니다.
연인들의 가장 사적인 공간인 침실에서 그들은, 취약하고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촬영합니다. 이 사진들은 거리에서는 절대 포착할 수 없는 친밀함을 담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외부 세계로부터 보호 받는 동시에, 개인의 가장 내밀한 욕망과 고통이 드러나는 장소입니다. 사진가의 시선은 관찰이 아닌 '공유'에 가깝습니다.
사적 공간의 사진이 힘을 갖는 것은 '신뢰' 때문입니다. 누군가 자신의 가장 연약한 순간을 카메라 앞에 드러낸다는 것은 사진가에 대한 깊은 신뢰를 전제로 합니다. 또한 사적 공간은 인물이 직접 등장하지 않더라도,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물들(책, 사진, 화장품, 약병 등)이 그 공간 주인의 정체성, 취향, 삶의 흔적을 드러내는 기호로 작동하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3. 제 3의 공간
현대 사진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 두 공간의 경계가 무너지거나 흐려질 때입니다.
필립 로르카 디코르시아의 <Heads> 시리즈를 예로 들어볼까요? 그는 뉴욕 타임스퀘어 거리에 강력한 조명을 설치하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마치 영화 포스터의 주인공처럼 극적으로 촬영했습니다. 행인들은 분명 공적 공간에 있지만, 디코르시아의 조명은 그들을 분리시켜서 마치 무대 위의 배우처럼 만듭니다. 그 순간 우리는, 익명의 타인이 지닌 사적인 고뇌나 피로를 엿보게 됩니다.
반대로 시즈카 요코미조의 <타인에게> 프로젝트는 사적 공간을 공적 시선에 노출합니다. 그녀는 런던의 아파트 주민들에게 익명의 편지를 보냅니다. '특정 시간에 창가에 서 있어주시겠어요? 제가 밖에서 사진을 찍겠습니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고, 그녀는 거리에서 그들의 사적 공간을 촬영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보여주기'와 '들여다보기' 사이의 복잡한 관계, 그리고 사적 공간을 타인에게 공개하는 행위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 이외에 '제 3의 공간'이 있습니다. 카페, 공유 오피스, 24시간 편의점 등 이곳들은 법적으로는 공적 공간이지만, 사람들은 그곳에서 지극히 사적인 일을 합니다. 노트북으로 중요한 이메일을 작성하고, 연인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혼자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이런 공적 공간은 일시적으로 '나만의 영역'이 됩니다.
제 3의 공간을 촬영하는 것은 우리 사진가들에게 특별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사람들이 공적 공간을 어떻게 '사유화'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정체성을 드러내는지 관찰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간혹 드리는 질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찍고 싶은 것은 사회적인 것입니까, 개인적인 것입니까?' 이 질문의 답에 따라 주된 무대가 결정됩니다.
사회적 현상, 집단의 행동, 도시의 변화를 담고 싶다면 공적 공간으로 나가야 합니다. 개인의 내면, 친밀한 관계, 정체성의 구성을 하고 싶다면 사적 공간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더 강력한 사진 작업들을 하고 싶다면 이 두 공간을 대비 하거나 교차시킵니다. 결국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구분은 사진가에게 일종의 나침반입니다. 내가 지금 어떤 공간에 있는가, 내가 어떤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도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