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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만의 첫 나들이_삼청동

by 채 수창


2주 간의 침묵을 지나 삼청동 골목을 걷습니다. 카메라를 잡는 이 일상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제 발걸음이 오늘 이야기의 첫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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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도로 위로 나무 그림자가 길게 누워 있습니다. 울타리를 따라 흩어진 붉은 낙엽들, 시간은 소리 없이 바닥에 쌓여 있습니다.


사진가는 무엇을 찍는 사람일까요? 때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바닥을 찍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시간이 퇴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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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걷다보니 벽이 나타납니다. 하얀 벽과 검은 그림자 사이, 붉은 잎과 마른 풀, 그리고 철문. 빛과 어둠이 만나는 곳, 사람과 자연이 섞이는 틈새에서 무언가 태어납니다.


우리는 종종 중심만 바라봅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경계에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이런 경계와 틈새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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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벽 위 조명 하나, 빛은 보이지 않지만 이 순간만큼은 스스로 형태를 얻습니다.


우리는 피사체를 찍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빛을 기록합니다. 복잡함을 빼고 단순함으로 돌아가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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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인형이 고개를 들어 빛을 올려다봅니다. 시간이 흘러도 그들은 그 자세로, 끝없이 빛을 응시합니다.

갤러리 입구 앞에 놓인 이 장면은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보여줍니다. 삼청동은 그런 곳입니다.

우리는 모두 바라보는 존재입니다. 모든 사람은 카메라가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봅니다.


인형들이 묻습니다.

'당신도 이 빛을 보았나요?'

'당신은 무엇을 올려다 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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