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구하러 다니며, 소독제를 뿌려가며, 그렇게 벌써 4월이 지나간다. 연초에 했던 다부진 결심들도 박멸된 것처럼, 무기력함이 짓누르는 이 땅에서 그럼에도 살아있음으로, 살아가야 하므로 몸을 일으킨다.
텅 빈 지하철은 낯설다. 그렇게 많던 이들의 삶은 어디로 간 것일까. 부디 안녕하기를 바라본다. 예정 없이 정지당한 걸음 앞에 다시 내딛을 힘을 잃지 않았기를 기도한다.
스치기만 해도 인연이라는데, 이제는 찰나의 스침도 불편해진 세상 속에서, 그럼에도 내게 많은 것들이 스쳐간다.
마스크 너머의 웃음, 정겨운 인사, 엄마의 반찬, 연둣빛 새 잎, 한 다발의 꽃, 잘하고 있다는 격려.
스쳐간다. 손에 꼬옥 쥐어본다한들 영원히 잡을 수 없는 것들, 그것들을 그저 더 지긋이 바라봐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