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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글자부부 Oct 28. 2018

아내가 쓰는 샌디에고 신혼여행 (2)

다들 물어봤다. "왜 신혼여행으로 샌디에고에 가?"


우리는 LA에서 3일을 보내고 샌디에고로 넘어가기로 했다. 캘리포니아답지 않게 LA를 떠나는 날은 마치 장마처럼 비가 많이 내렸다.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원랜 밤에 보러가기로 했었던 그리피스 천문대를 아쉽게도 비가 오는 어둑한 낮에 빠르게 관람하고 오후가 되어 샌디에고로 향하는 도로에 올랐다. 차로 꽤 긴 시간을 달려야했기에 조수석에 탄 나는 앞으로 약 4-5시간 동안을 열심히 떠들 태세를 갖췄다. 눈을 감으면 당연히 바로 잠들 정도의 피곤함이 온몸을 무겁게 눌렀지만 교대도 없이 오롯이 몇 시간을 낯선 땅에서 운전해야할 도비를 위해선 꾸벅 조는 것도 미안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LA에서도 느꼈지만 미국의 도로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느낌이라 굉장히 승차감이 거친 느낌이 들었는데 (사실 도로의 문제인지 우리가 렌트했던 Jeep 모델의 특성인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더욱 긴장모드가 되어 대화의 공백 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려고 노력했다. 대화의 주제는 '벌써 3일이나 지났다. 시간 너무 빨라.' 'LA에서 느낀 미국은 어떠했나.' 등으로 시작해서 우리의 메인 여행지인 '샌디에고에 대한 기대' 로 이어졌다.

해가 질 때쯤 샌디에고에 진입했다. 신기하게도 샌디에고에 들어오면서부터 도로의 나무들이 대부분 야자수였는데 저 멀리 점점 진한 색으로 변해가는 노을의 빛깔과 야자수의 조합이 너무나도 평화로운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중간 중간 조깅하는 사람들까지. 보고만 있어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이 장면들을 열심히 눈에 담으며 해 질때 쯤 도착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휴양지 느낌 물씬
때마침 조깅하며 지나가는 남자까지 완벽한 해질녁이었다.
갑자기 휴양 컨셉 신혼여행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든 리조트 뷰


우리가 샌디에고에서 5일 간 머무를 곳은 'Bahia Resort Hotel' (바히아 리조트 호텔) 이라는 곳이었다. 샌디에고의 숙소를 고르는 것은 LA 숙소를 고르는 일보다 꽤나 시간이 오래 걸렸고 골치가 아팠다. 사실 숙소를 찾으며 엄청난 구글링을 한 도비가 외국사람들이 하나같이 'gorgeous' 를 외치고 있다며 고른 숙소가 있었는데 골프리조트라 위치가 애매하기도 했고 일단 한국인 리뷰가 1개도 없다는 것이 나를 조금 불안하게 만들었다. 더 괜찮은 곳이 없을까 함께 찾기 시작했지만 샌디에고는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도시가 아니어서인지 숙소에 대한 후기가 정말 없는 편이었다. 그나마 도심의 호텔은 후기가 있는 편이었지만 우리가 원했던 해변 근처의 리조트들은 영어 후기를 꼼꼼히 살펴보고 비교해봐야 했다. 

그렇게 찾아낸 이 리조트는 한국인 후기도 드물게 있었고 외국인들의 평점도 꽤 괜찮으며 미션베이 바로 옆에 위치해 테라스로 나가면 바로 미션베이를 산책할 수 있다는 곳이었다. 등급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등급이 높은 리조트가 해변 근처엔 몇 없어보였다.) 등급에 비해선 후기가 매우 훈훈했다.

점심 먹고 바로 출발해서 몇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불이 환하게 밝혀진 리조트에 도착했다. 후기처럼 정말 좋을지 걱정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가 선택한 이 리조트는 사진으로 본 것 보다 훨씬 아기자기하고 낭만적이었다. 


예약할 때 허니문임을 밝히면 좋다기에 따로 메일을 보냈더니 이런 정성을 보여주셨다. 그림 귀여워.


꽤나 작아보이는 리셉션 데스크 뒷쪽엔 나름 아침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과 바가 있다고 했다. 고민할 필요 없이 짐만 놓고 바로 레스토랑으로 빠르게 이동한 우리. 너무 허기가 져서인지 갑자기 미국음식이 입에 딱 맞다고 느껴졌는데 그 이후로 먹은 샌디에고에서의 식사는 LA에서의 식사보다 훨씬 만족감을 주었다. (아마도 샌디에고 식당들의 인심과 요리 실력이 더 좋은게 아닐지..)


이렇게 행복한 샌디에고에서의 첫 날이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하필이면 여기서 신혼여행 첫 전쟁 발발. 

밥먹고 산책도 하고 그랬음 좋았을텐데 아쉽다 아쉬워! 


리셉션 데스크 뒷쪽에 위치했던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이때부터 느꼈다. 확실히 LA보다 샌디에고의 음식이 더 맛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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