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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글자부부 Apr 24. 2021

서울에서 2평 정원을 가졌다. (2)

2층 2평정원 2번째 2야기


2평 마당을 '정원'으로 만들어주실 업체를 알아봤다.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에 공사를 끝내는게 목표였기 때문에 4-5월 중엔 공사를 시작하고 싶었다. 몇 군데의 가드닝 업체를 가볍게 알아보았지만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지 어려웠다. 가드닝은 지금껏 집을 고치며 경험해본 범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결과물의 퀄리티나 일하는 방식, 금액적인 부분을 단지 서로 메시지만 주고받아 결정하기엔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었다.


갑자기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연히 발견했던 계정이 생각났다. 처음엔 디자인 작업물과 조경 관련 작업물이 함께 올라가있는 계정이라 신기하다고 생각해서 팔로우했었던 기억이다. 가드닝 뿐만 아니라 디자인 작업, 그리고 드로잉 클래스 등을 열었던 게시물을 보며 이 곳의 대표님은 아마 디자이너일 것이라 추측했었다.


문의를 드리니 일단 현장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셨다. 일반적으로는 공사할 공간의 도면을 보내드리면 그 도면에 맞게 대략 이런식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던지 공사 가능 여부를 알려주시는 방식이었는데 일단 직접 오셔서 보신다니. 아직 공사를 하겠다 확정지은게 아니라 귀찮은 발걸음을 하실 수도 있는건데 감사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대표님 부부가 집에 오시기로 그 주 주말, 봄비답지 않게 아침부터 비가 부스스 오더니 점심이 되어도 그칠 생각을 안했다. 멀면 오시기 귀찮지 않을까 싶어 사무실 주소를 검색해봤는데 우리 동네와 멀지 않은 곳이었다. 지도의 위치가 뭔가 익숙해서 로드뷰를 본 순간 너무 놀라고 말았다.


사무실 겸 쇼룸인 그 곳은 우리가 단독주택을 알아보러 다닐 때 마주쳤던 그 건물의 1층이었다. 우리는 그 건물 바로 옆쪽에 있는 단층 건물을 알아봤었다. 위치도 괜찮고 금액대도 어떻게 도전해볼만 해서 계약을 하고 싶었는데 며칠 뒤 다시 연락을 드리니 부동산 사장님 왈 집주인분이 갑자기 금액을 올렸다는 것이었다.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괜찮았던 매물이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그 집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는 이유가 그 옆에 대략 3층 정도 되는 덩치가 작은 건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심 안에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작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 반가웠는데 우리가 컨택한 가드닝 업체의 사무실이 그 작고 귀여운 건물 1층이었다니. 이것은 필히 인연이었다.


대표님 부부가 집에 오신 그 전 주엔가 우리 집이 한국일보에 소개된 기사가 나갔었는데 신기하게도 이미 그 기사를 보셨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연락을 드렸을 때 어! 그 집! 하며 신기했다고 하셨다. 우리도 신이 나서 우리가 단독주택을 알아볼 때의 그 일화를 말씀드렸다. (잘 성사되었다면 이웃주민이 될 수 있었는데 괜히 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면 금세 흥미를 잃고 만다. 하지만 대표님은 그런 보통의 사람과는 다르다고 느껴졌다. 디자이너이지만 조경을 하게되었고 그 과정에서 디자인을 보는 눈이 더 넓어졌다고 말씀하시는 마스크 위의 눈빛이 반짝반짝했다. 아, 부러우면서도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매일 컴퓨터 화면 속의 이미지들과 씨름하는 나는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리프레쉬가 되는 기분이었다.


약간 어색할 수 있었던 첫 미팅이었지만 신기한 인연과 그리고 건축, 조경에 대한 이야기로 꽉 채운 잠깐의 만남이었다. 이 분들께 마당을 맡기든 안 맡기든 좋은 이웃주민을 만났다! 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사실 우리 둘 다 대화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마음을 먹은 듯 싶었다.


그렇게 바로 계약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다. 2층의 7평 중 2평을 차지하는 소중한 마당공간을 우리 집에 딱 맞게 고심해주실 것 같은, 이유 없이 신뢰감이 드는 대표님 부부에게 정원을 부탁드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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