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운영하는 게 어려운 이유는 결국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보다 훨씬 쉽고 빠르고 따듯한 책
앞서 읽었던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는 두 번째로 책을 펴보았을 때 비로소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느낌이었다면, '팀장의 탄생'은 쑥쑥 지나간다. 전자가 철저하게 운영자, 경영자 중심에서 서술된 정석 같았다면, 후자는 인턴에서부터 관리자로 성장한 선배로서의 따듯한 조언과 ‘나도 그랬었다’는 성찰적 성장 기록물로 보인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자의 마음가짐을 강조하고 있으며, 非오너 출신이 지닌 온정주의, 너그러움과 체온, 여성성 등이 글귀에서 많이 느껴진다.
챕터 하나하나가 '팀장직 체크리스트'처럼 다가오는 책.
이 책은 내게 '잘 아는 여행지'의 가이드북이자 힐링물이라고 해야 할까. 챕터 하나하나가 체크리스트이자 그간 해왔던 행실에 대한 점검으로 느껴진다. 생산량 극대화에만 관심을 갖는 책이라면 이렇게 끄덕이는 듯한 리액션을 제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경영지원실 업무의 대부분은 매일 공중화장실 벽면에 부착된 '청결 체크리스트'를 마카펜으로 적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위생관리부터 파손, 누수가 없는지 살피고 소모품의 남은 양을 본다. 수압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거나 사용자 체류시간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기업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무결점', '무사'가 최우선이기에.('안일'은 지양) 이 책은 운영에 대한 매뉴얼적인 접근보단 마음가짐과 태도, 교감, 정서에 집중하고 있어 좀 더 수긍하기 쉽고 많은 공감을 제공해주었다. 다소 뻔한 조언도 많이 등장하는데 이런 부분은 지극히 원론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다소 삐뚤 하고 편협한 경영지원실 책임자를 품어준 이 광범위한 책에서 찾은 한 가지 깨달음을 가볍게 적어보고자 한다. 좋은 내용이 너무 많으나 나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결국 하나다.
나는 개별 기여자인가, 관리자인가, 관리자 of 관리자인가.
작가는 관리직의 업무와 실무자의 업무를 꽤나 엄격히 분리하고 있으며 '본인이 가진 실무 능력의 출중함에 빠져 실무에 집중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앞서 읽었던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에서 언급한 '관리자가 일부 실무 업무를 병행할 수 도 있다'보다 좀 더 차단하는 느낌이다. 앞장에는 관리자 본연의 마인드 셋과 인력관리 노하우에 대해 언급하고 후반에는 '비전문적인 관리자의 전문 인력 운영 사례'를 제시하기도 하는데, 모든 것을 관통하는 단어는 '개별 기여자'이다. 팀장이 지녀야 할 여러 덕목이 있겠지만 중요한 건 직접 레모네이드를 파는 개별 기여자가 되지 말고 교육을 통해 직원의 생산량을 개선하라는 것이다. 책에서 예시로 등장한 '레모네이드 판매 교육'의 투자는 직접 판매를 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시간으로 훨씬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인력 관리에 힘쓰고, 인재 채용에 매진하고, 교육하고 인수인계에 힘쓰면 너의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어느새 또 다른 새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함께 담겨있었다.
나 역시 이것의 중요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원맨쇼 체제가 붕괴되고 하나씩 인력들에게 분배되면서 수많은 인수인계가 펼쳐졌다. 비전문인의 야매로 덧칠해갔던 업무들이 회계, 인사, 마케팅, 총무 각 담당자로 전달되면서 훨씬 전문화되고 시스템화 되었다. 많이 안착되었다. 그럼에도 나의 일은 줄지 않았다. 면접에 들어가지도 않고 탕비실 서랍을 뒤지지도 않지만 여전히 할 일들이 넘쳐흐른다. 회사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누군가는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스로 실험대에 오르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즉, 회사가 성장하는 한 나는 앞서 경험하고 터득한 것을 교육과 인수인계로 끊임없이 넘겨야 하며, 지금껏 경영지원실에서 보였던 단발성의 인력 채용 목표로는 과부하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결론에 이르렀다.
2019년 하반기 당시 지금보다도 기업의 매출 규모가 열악했다 보니 자금 확보를 위한 고민이 있었고, 투자나 대출 외에도 자금 확보를 위한 채널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지원사업(정부과제)에 대해 학습할 수 있었고, 2020년 첫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지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항상 물을 쓰기만 하다가 물을 길어오는 역할까지 하게 되다 보니 매우 심취해 있었고, 결과는 자부심으로 다가왔다. 2022년은 역대 가장 많은 약 10억 규모의 정부 과제를 수행하게 되었으나 일부 업무를 제외하면 아직도 단독으로 수행하고 있다. 교육과정에서 이탈한 인력도 있었는데, 채용을 재개하지 않았고 다시 몸빵을 맡았다. 다른 업무들에 비해 훨씬 시간 투자와 고민이 많이 필요한 영역이다 보니 인력의 육성과 인수인계가 무한정 미뤄지고 있는데 조속히 2023년까지의 계획을 세워 후임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경영지원실 책임자이자 임원으로서, 실험실의 실험자(내지는 자발적 피실험자)로서의 온전한 수행을 위해서는 인력 교육과 양성에 끝없는 투자가 필요하고, 끊임없이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더 이상은 스스로를 가장 큰 개별 기여자로 인식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격지심이 성장을 늦춘다.
회사 내에서 나의 평판이 '꽤나 뛰어난 개별 기여자'로, 정확히는 그런 멋진 스킬이 있는 관리자로 비치길 바랐다는 점을 인정한다. 가장 잘하는 사람이 일을 시킬 수 있다는 강박이자 자격지심이 있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책은 그런 연약한 마음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챕터 5에서 토닥여준다. 긍정적인 마음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맞이하고, 피드백을 듣는 것. 익숙한 대답이지만 역시나 이게 방법이라는 확인 사살도 좋다.
챕터 5에서 회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크게 공감했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 역시 몇 번이나 회의에 포함되지 않았을 때 나의 역할이 부족하다 여기고 마음이 위축된 적이 있다. 단순히 내가 바쁘거나 필요하지 않아 부르지 않은 것임에도 말이다. 친절하게도 책의 후반부에선 '모든 회의가 당신이 필요한 회의인가'라고 까지 질문해주어서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는 앞으로 지어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내 브런치 개설 당시에 적은 작가 소개 글이 하필이면 '가장 큰 난쟁이'다! 정말 작은 것들 중 커 보이고 싶은 자격지심과 콤플렉스의 결정체가 아닌가.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여전히 놓치고 있는 것이 많은 것뿐.
어김없이 나오는 직원 교육, 구체적인 지시와 상세한 피드백과 감정을 담지 않는 지적이 중요하다는 것. 심지어 사적인 영역까지 넘나드는 깊은 교감을 인력들과 갖는 것도 오케이. 더 나아가 기업은 인력 채용에 진심이어야 하며 그 진심은 합격자와 불합격자, 잠재적 인력에게까지 고루 동일하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 작가의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 내용이 아니다. 채용에 대해 부쩍 고민이 커지고 있는 우리 회사와 팀장들에게 이 책 보다 더 분명한 메시지가 있을까. 팀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생산을 담당하지 않는 이도 상관없다. 단 둘 뿐인 회사라도 기업의 성장과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두 번쯤 읽으면 좋은 책인 듯 하다. 여러번 읽은 몇몇 구절은 내 온도가 더해져 더 뜨겁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