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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RGO Apr 16. 2019

갑자기 휴가가 주어졌다.

에딘버러 여행기 Episode 1


영국은 4월이 되면 회계년도가 바뀐다. 나는 세금환급과 내 홀리데이(유급휴가)가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했다. 이 곳은 1년 단위로 뱅크 홀리데이(공휴일 같은 개념.)를 포함해 거의 한달을 유급휴가로 쓸 수가 있다. 나는 작년 9월부터 일을 했기 때문에 내가 쓰고 남은 홀리데이가 며칠인지 몰랐다.


3월 말 즈음, 나는 회계년도가 바뀌는 걸 염두하고 매니저에게 나의 홀리데이에 대해 물었다.


“안젤리카, 나 홀리데이 며칠 남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어?”

“아 내가 바로 확인하고 알려줄게.”


그녀는 스탭룸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오고 내게 다시 말을 하였다.


“오마이갓 도로시 너 13일 남았어. 여기는 6월부터 계산이 되어서 너 5월까지 13일 다 써야돼. 안쓰면 그냥 날아가.”


나는 잠시 당황했다. 내가 고작 계획했던 건 5월에 가려던 암스테르담 2박3일 여행이 다였는데... 그것도 돈이 없으니 세금환급을 받으면 가려고 했다.


“도로시, 이미 다른 애들이 예약해서 너 달력을 한번 봐야 할 거야.”


스탭룸엔 달력이 있다. 본인이 원하는 날짜에 쉬고 싶거나 홀리데이를 가고 싶으면 이름을 써놓으면 매니저가 확인하고 스케쥴을 조정해준다. 눈치를 볼 필요도 전혀 없고 오히려 홀리데이를 신청하면 잘놀고 쉬라고 격려(?)도 한다.



어쩐지. 갑자기 4,5월 달력에 동료들의 홀리데이가 가득해 이상했다. 얘네들이 갑자기 왜 홀리데이를 내지? 꼭 모아뒀다 쓰는 느낌인데? 싶었다.


달력을 확인하니 5월에 13일을 다 쓰는건 불가능 했다. 4월 달력도 살펴보니 겨우 4일만 누군가의 이름이 안써있다. 4월 15일부터 18일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4월에 홀리데이를 신청했다. 고작 4일.

홀리데이를 신청하고 보니 약 3주가 남은 시점이었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의 홀리데이 공석으로 인해 나를 비롯해 남아있는 동료들이 일을 근 2주동안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행경비를 마련하는 셈이었으니까.


아 그렇다면 나는 4일의 홀리데이를 어떻게 써야하지? 집에 머무는건 아니야, 런던에 머무는 것도 아니야. 나는 런던을 나가야해. 어딜 가지?


짧은 휴가가 생기면 가려고 생각해두던 곳들이 몇 군데 있다. 빠듯한 재정상태를 생각하며 고민끝에 여행지를 정했다. 그래, 에딘버러다.


런던에서 위로 한~참 가면 있는 곳,

스코틀랜드의 수도이자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에 등록되었는 곳. 나는 그곳을 가장 저렴하게 가기로 결심했다.


에딘버러에 가는 방법은 비행기, 기차, 그리고 버스가 있다. 나는 고민없이 가장 저렴한 야간버스를 왕복으로 예매했다. 밤 10시반에 출발해 오전 7시 즈음에 도착하는 일정. 에딘버러까지 누워서 갈 수 있는 슬리핑버스는 아쉽게도 제작년에 없어졌다고 한다. 앉아서 야간버스 8시간... 난 멈췄던 허리운동을 틈마다 다시 하기 시작했다.


숙소는 호스텔, 에어비엔비, 그리고 한인민박이 있다. 나는 고민없이 한인민박을 예약했다. 아침은 간단한 시리얼, 빵, 우유를 제공하고 저녁은 한식 제공. 한식이라니!! 혼자 여행하는데다가 요즘 한식이 늘 그리운 나에게 딱이라고 생각했다. 저녁 한식 제공에 숙박까지 가격은 저렴했다.



그리고... 계획을 멈춘 채 열심히 3주를 일에 집중하며 살았다. 숙소와 교통을 예약하고 나니 마음이 설레었다. 근 3주를 거의 130시간 일하면서 (주 1회 겨우 쉬고.) 나는 에딘버러만 생각하며 버텼다. 일을 많이 할 수록 나는 지쳤고, 자연이 그리워졌다. 간절히 쉬고 싶었다.


시간은 참 빨리도 가지.

4월 14일, 야간 버스를 타는 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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