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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RGO Apr 17. 2019

내가 여행을 준비하는 방법.

에딘버러 여행기 Episode 2


야간버스를 타는 그 날.


나만의 여행기술이 늘어난 걸까. 아니면 난 그저 게으른걸까. 13시 출근을 앞두고 오전에 여행짐을 쌌다. 긴 여행이 아니라서 가능한거였을지도.


오랜만에 작업대 옆에 둔 베낭을 꺼냈다. 사실 여행짐은 간단하다. 여행지의 날씨를 체크해보고 옷가지를 챙긴다. 에딘버러는 4월에도 바람이 불고 춥다고 한다. 휴 겨울여행하는 줄. 니트와 니트치마를 챙겼다. 패딩에 목도리도. 속옷과 수건, 세면도구, 그리고 화장품들을 챙긴다. 뭐하나 빠뜨려도 상관없다. 여행지에 가면 다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니까. 그렇지만 꼼꼼히 체크한다. 그 다음, 내가 꼭 챙기는 건 읽을 책, 글을 쓸 노트, 사진을 담을 필름카메라와 필름들. 이건 빠뜨리면 안된다. 나 혼자 하는 여행에 있어서 책과 노트와 카메라는 필수다. 찐빵 속 앙꼬와 같은 느낌.


여행짐을 다 싸고 출근을 했다.


이 날도 난 어김없이 일을 했다. 버스 출발 시간은 밤 10시 반. 최소 한 시간 전엔 가야한다. 퇴근을 하면 7시 반. 두 시간 정도의 준비 시간이 내게 생긴다.


저녁을 따로 챙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직원할인으로 파니니와 오렌지쥬스를 샀다. 일요일은 사실 손님이 많이 없어 오후근무가 그렇게 바쁘지 않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짬이 생겨 오븐에 파니니를 데워 저녁으로 떼웠다. 마감의 좋은 점! 가게에서 파는 망고팩이 남아 두 팩 챙기고 아몬드 크루아상도 하나 챙겼다. 음 이만하면 버스 탈 준비(?)는 다 된 듯하다. 여행가는 느낌을 내기 위해 주전부리를 챙긴 셈이다.


아 그전에 꼭 집에 들러야만 했다. 커피냄새와 땀이 벤 몸을 씻기 위해서. 집으로 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카페 유니폼은 빨래바구니에 내던지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런던에 와서 여행을 갈 때마다 나는 제일 편한 상태로 출발을 한다. 그 상태는 바로 운동복(특히 레깅스.) 과 민낯, 그리고 운동화.


머리카락을 말리고 헤어오일을 뿌렸다. 향 좋은 바디로션을 바르니 오늘의 노동이 자취를 감췄다. 노동자에서 여행자로 변한 셈이다. 말간 민낯에 운동복과 패딩을 입고 목도리를 칭칭두르고 무거운 베낭을 멨다. 립스틱으로 살짝 입술에 색을 내고 집을 나왔다. 집 근처 수퍼마켓에서 750mL물을 사고 바로 버스 스테이션을 향해 출발.

퇴근 후라 그런지 피곤했다.

빅토리아 역에서 내려 바깥으로 나온다. Victoria coach station 방향이라고 써있는 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꺾어 쭉 걸으면 Victoria Coach Station이 나온다. 이 곳은 몇 개월 전 바스라는 소도시에 갔을 때 이용했던 곳이다. 영국 내는 물론이고 이 곳에서 버스를 타고 파리도 가고 암스테르담도 간다. 새삼 신기하다. 1시간 전 즈음에 도착했다. 플랫폼 넘버를 확인했다. 플랫폼 17번을 가니 사람들이 많이 있다. 전광판엔 10:00 Paris 라고 쓰여있다. 파리행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인가? 나는 일단 무거운 베낭을 내려놓았다. 10시가 지나도 사람이 조금 줄어들 뿐이었다. 아 모두 나랑 같은 버스 타는 구나, 직감했다. 잠시 숨을 돌린 틈에 갑자기 긴 줄이 생겼다.

에딘버러 행 버스 타는 곳.


“이거 혹시 에딘버러 행 버스 줄이에요...?”

“네.”


나는 황급히 베낭을 들고 (어깨에 맬 시간도 없었다.) 긴 줄에 합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긴 줄은 밖으로 나왔다. 버스 기사님이 한 명 한 명 티켓을 확인한다. 버스 옆에 짐을 넣어주는 분이 있다.


“에딘버러 갑니까?”

“네.”


이 버스의 최종 도착지는 에딘버러가 아닌 글라스고였다. 그래서 기사님은 일일히 확인을 했고 짐을 넣으시는 분이 에딘버러행과 글라스고행을 분리하여 짐을 넣으셨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맨 앞 자리는 사수하지 못했다. 얼른 뒷좌석으로 걸어가 창가자리를 사수했다. 창가자리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자리에 앉은 후 들어오는 사람들을 유심히 봤다. 내 옆자리에 누가 앉을지가 다음 관건이었다. 작고 예쁘장한 여자가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다. 휴 다행이다. 한시름 놓고 출발할 준비를 했다.


가방은 밑에 두고 걸르적거리는 목도리는 좌석 윗칸 보관함에 두었다. 패딩은 왠지 푹신한 느낌이 좋아 벗기만 하고 등 뒤에 놓았다. 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많으면 20대 완전 초반?) 내 쪽으로 들어왔다. 내 앞좌석과 뒷좌석에 앉았다. 휴 거슬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자. 가방에서 주섬주섬 가게에서 챙겨온 망고팩을 꺼냈다. 망고를 다 먹으니 내 옆의 예쁘장한 아가씨가 말을 걸었다.


에딘버러 가냐. 나는 남동생이랑 여행간다. 나는 이탈리아인인데 남동생은 이탈리아에서 비행기 타고 온다.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런 야간버스는 처음이다.


간단한 대화를 하고 나니 버스가 출발한다. 바로 잠이 오진 않을 것 같아 음악을 들었다. 드디어 여행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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