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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Jul 10. 2022

'22년 여름-1

출장, 백신, 코로나19

'22년은 이상하게 힘이 드는 해다. 코로나 시기를 맞이하여 명리학을 조금 뜯어보았는데 연간의 운이라는 게 확실히 있긴 있다. 매년 힘든 일이야 조금씩 다 있지만 특별히 지치고 힘는 해라는 게 분명 있기는 하다. 특히 지났던 해를 맞추어 보니 경험적으로 확실히 맞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2년도 아주 편한 해는 아니라고 하는데 역시 그래서일까. 올해도 휴직을 했어야 하는 타이밍을 내가 또 놓친 걸까- 후회를 좀 했다.

상반기에는 생각보다 이르게 출장 재개 광풍이 불었다. 해외사업 하는 부서에서 출장은 필수적인 부분이다. 연초 방역패스 3개월을 견디면서 몸과 마음이 다 많이 힘들었는데 그보다도 '22년에 출장이 어떻게 될지 좀 고민이 됐었다. 출장이 슬슬 살아날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업무에서 정례적으로 예정된 출장 일정이 대부분 하반기로 예상됐기 때문에 그 전쯤 이 방역과 관련된 입출국 제한은 다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게 내 추측이었다.

그건 이성적인 내 추측일 뿐이었고 출장 광풍은 실제 업무와 상관없이 외부에서부터 무섭게 불어닥쳤다. 출장의 당위성 여부는 주관적이기도 하지만 위에서 내려오는 경우 아예 거부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5월에 나는 출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꽤 받았다. 아직 미접종자는 그쪽이나 우리나라나 격리가 그대로였고 나는 그러니 난 모르겠다, 하고 편안히 배쨀 수 있는 배짱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요즘 많이 확산되고 있는 '직장은 돈만 받는 곳' 마인드가 완전히 장착되면, 일에 대해 어떠한 애정도 관심도 없는 상태가 되면 이런 것들이 오히려 편해질 것 같다. 그런데 난 확실히 이상주의 성향이 아예 없어지지 않는가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보다는 내가 하고 싶고 재미있는 일이 바로 이 해외사업이다 보니 출장에 칼같이 선을 못 그었던 것이었다. 

그냥 무난하게 연말까지 기간을 잘 채우고 지금 하는 일들을 마무리하고 나갈 생각이었던 나는 갑자기 이번 여름 부서 이동부터 시작해서 혼자 오만 고민을 다 싸안고 고생했다. 그러나 평소 모범생처럼 살아온 게 어디 가겠나. 갑작스런 방향 전환도 아무나 하는건 아니다. 나는 고민만 엄청 하고 결국 결정은 내리지 못했다.

휴직도 그렇듯 항상 회사에서 무언가를 하려면 확실하게 눈에 보이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디가 부러지거나 큰 진단서가 필요하다. 백신도 맞으면 죽는다는 알러지 체질인 경우가 선택이 쉽고 편안하다. 나처럼 부인과 및 순환계통이 평소 약하고 힘들다, 정도의 애매한 추정으로는 남들에게도 본인 설득도 쉽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건강이 걸린 문제에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냐는 것이 대다수가 쉽게 내놓는 의견이었다.

결국 두번째 출장이 7월에 정해졌고 난 고민하다가 결국 6월 초에 역산하여 마지막 데드라인인 날에 그나마 좀 약하다는 노바백스를 맞았다. 

특이하게도 나는 심한 불면증을 두 번 맞이했고 그밖에 평이한 고열과 전신 근육통, 두통 등을 일주일 정도 겪었다. 불면증은 많이 무서웠다. 자율신경 계통이 흔들리는 것인가 해서 무서웠지만 다행히 그렇게 지나갔다. 그런데 전신 근육통이 지나가면서 원래 안 좋았던 목 어깨 쪽에 담처럼 근육 경직이 매우 심하게 와버렸다. 목을 한쪽으로 돌릴 수가 없고 통증이 3주 이상 지속됐다. 여기에 유례없이 긴 장마가 겹치니 지겨울 정도로 두통이 찾아왔다. 

7월 초, 나는 견디다 못해 동기 등의 추천을 통해 지압안마센터를 찾아가 보았다. 시각장애인 분들이 마사지를 하시는데 가격은 일반 마사지의 절반 정도로 합리적이라는 데에 끌렸다. 아아. 원래 겁 많고 소심해서 못 받는 목뼈 맞추기까지 엉겁결에 받았다. 일 하신지 30년이 넘으셨다는 안마사 분은 여자임에도 압이 보통 센게 아니었다. 아프다고 소리지르면서 제일 약하게 받았으나 나는 결국 다음날 엄청난 몸살- 목 어깨 쪽의 심한 근육통과 무시무시한 두통-이 나고 말았다. 왜 몸살로 두통이 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목줄기 근육이 올올이 일어서서 귀와 턱, 그리고 머릿가죽까지 모두 딴딴하게 굳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평소 두통과는 또 느낌이 달랐다. 너무 아파서 먹지도 못하고 구토까지 올 정도였다. 단 이틀 만에 모든 생의 의지가 사라지고 완전히 어둠 속에 잠길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백신 맞은 이후 근 한달 간 통증에 시달리다가 시도한 대응이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아프고, 또 아프고. 제발 통증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그 간절한 마음이 더 큰 통증으로 이어진 셈이었다. 죽어보라는 듯, 날씨는 계속해서 엄청난 습도와 비, 그리고 저기압이 반복됐다. 차라리 쨍한 더위가 이어졌다면 컨디션이 이렇게 안 좋지는 않았을 텐데.

이제 출장을 1주 앞둔 주말. 몸살은 겨우 물러갔지만 목 어깨 및 머리 통증의 뒤끝은 아련하게 남아있다. 작년 말까지 1년 이상 꾸준하게 요가를 해서 상당히 회복시켜 놓았던 몸의 균형은 방역패스와 함께 완전히 박살이 났다. 그리고 지금껏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방역패스와 함께 시작한 '22년. 대외 환경도 업무도 모든 것들이 자꾸만 몸을 흔든다. 코로나19가 한참 기승이어서 오히려 조용하게 흘러갔던 작년은 참으로 평화로웠고 일도 건강도 나쁘지 않았었는데... 이도 저도 아니게 포스트 코로나를 시작하는 '22년은 대체 왜 이렇게 혼란스럽고 힘든 것일까. 머리로는 큰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했고 나름 내 주관을 세워간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실제 현실에서 살아가는 것은 또 다른 변수들이 많은 것 같다. 일단 지금 난 이번 출장을 별 일 없이 무사히 다녀오기를 기도한다. 해외는 이제 코로나가 재유행하는 모양이다. 백신을 맞아도 안 맞아도 걱정. 이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해외업무는 그 자체로 건강에 큰 리스크를 안고 가야하는 업무가 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혀 고려하지 않던 큰 돌발변수가 생기니 안 그래도 머리 아팠던 결정들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지나가겠지? 그렇게 믿고 잘 기다려 보려고 한다. 요즘 느끼는 건 기다리는 것- 그게 살면서 무엇보다 어렵고 현명하고 많은 내공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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