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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Jul 10. 2022

'22년 여름-2

삶의 무게

앞서 적었듯 '22년은 힘들고 또 이상한 해다. 그 전과는 아주 다르게 말이다.

상반기 나는 가장 친했던 학교 친구 중 하나의 갑작스런 암 판정 소식을 들었고 그 여파가 무척 오래 갔다. 옛날부터 너무나 건강한 친구였고 자연스러운 발병이 아님을 알고 나자 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 사실 한 다리 건너의 젊은 사람들의 중증 질환 소식은 가끔 들려왔던 터다. 이 시대가 그렇게 인공적이고 자연스럽지 않아 전에 없던 몸과 마음의 병증들이 많아진다고 머리로 생각하던 차에 아주 가까운 곳에서의 그 일은 새삼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다. 

6월 초 친구를 한 번 더 만나고 그래도 반드시 쾌유할 거라 믿음도 가지고 기도도 한 후 나는 백신 후유증이 시작되었고 장마와 함께 컨디션 난조로 한 달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생일을 바로 앞둔 마지막 주말. 아침에 난데 없이 동기의 부고가 날라왔다. 환한 아침에 전화로 부고 소식을 들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영문도 모르고 소식을 들었을 때 문득 들었던 그 안 좋았던 느낌도. 

백년 전, 이백년 전도 비슷했을까? 일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계급의 삶에는 여러가지 애환과 비극들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귀족계급이라고 해서 행복 일색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우리 시대는 확실히 바로 전 부모님 세대와는 매우 다른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다.

건실하게 일을 해서 생산을 하고 그 대가로 역시 가장 기본적이고 소박한 삶을 꾸려가는 것이 왜 점점 힘들어지는지 모르겠다. 자본주의와 기계문명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이 끝을 향해가는 것인지, 이제 더 이상 어떤 산업에서도 본질적인 생산성 향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방향이든 인위적이고 꼭 필요해서가 아닌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쥐어짜서 만든 거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가장 기본적인 품목들이 풍요로운가 하면 놀랍게도 그렇지도 않다. 날로 팽창한 인구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내가 사는 서울의 경우엔 완전히 비정상적으로 되어버린 집값에 이어 요즘은 제일 평범한 먹거리 물가까지 오르고 있다. 입는 옷도, 먹는 음식도, 사는 집도 간단하고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물건은 넘쳐나는데 본질에 집중한 것들은 정말 찾기 힘든 시대가 됐다.

대부분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을 잔뜩 안고 사는 사람들에 이제는 불안, 긴장, 스트레스에서 근원한 정신적인 문제까지 추가되었다. 이미 대체의학, 기능의학, 민간요법 등 다양한 분야가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신흥 종교가 빠르게 퍼져나간다 해도 조금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사람들이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는 것이니까.  

오빠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고 난 그걸 같이 하지 못했으므로 가타부타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 나 포함 모든 동기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건 오빠는 참 소박하고 담백하고 성품이 선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빠랑 밥 먹으면서 들었던 것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본인이 생각보다 예민한 체질이고 잘 아프다고 했던 것. 난 그냥 오빠가 편안했으면 좋겠다. 원래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있기를. 

30을 넘어갈 때에는 별 느낌이 없었다. 나도 주위도. 그런데 40 고개가 이런 것인가. 삶과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루하루의 일상, 숨쉬는 순간들이 어떤 무게인지도 조금 알겠고 삶의 의미, 그리고 방향에 대해서도 다시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22년이다. 

진심으로 소중하게 살되 자유롭고 통찰력 있게 그렇게 살고 싶다. 40대는 완전히 다른 2막이 펼쳐지는 시점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묘하게 어렸을 때와 합쳐지는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삶이 그런 것인가보다. 계속 달라지면서 전체는 하나로 합쳐져 통해 있는 우주와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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