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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Jun 21. 2023

[비문학] 느긋하게 밥을 먹고 느슨한 옷을 입습니다

생활의 변화에 대한 취재


사람마다 관심분야가 있다. 나의 경우는 사람과 생활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모습에 나는 관심이 많다. 그래서 소설도 캐릭터는 물론 생활상이 세밀하게 묘사된 풍속소설이 좋다. 나이가 들다보니 아무래도 현실의 비중이 커졌고 그러자 자연히 소설에서 다양한 생활의 모습과 내용을 다루는 수필류를 자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우연히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했는데 처음 제목을 보고 자주 보는 웰빙과 삶의 기록에 대한 수필이라고 생각하고 빌렸다. 그런데 저 위에 소제목에 보면 우리의 일상 속 생활의 변화를 취재하다라고 되어 있다. 저자 사사키 도시나오는 기자 출신 저널리스트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 책은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생활 모습이 어떻게 흘러와서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해 폭넓게 다루고 있다. 저자 자신의 경험과 취재에서 비롯된 내용이므로 비문학인 동시에 다양한 컨텐츠가 맛깔나게 풀려 있어 수필의 느낌도 함께 담고 있다. 


각 장은 의, 식, 주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본질에 충실한, 기분 좋은 삶이 어떤 것인지를 다루고 있으며 업계 별로 새롭게 일어나는 움직임과 사례를 취재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첫 장은 역시 가장 본능적인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식생활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자연에 가까워지는 소박하고 건강한 식탁, 식재료, 관련 업계 이야기를 읽다보면 뇌가 즐거워진다. 저자는 한편, 이 장 뿐 아니라 모든 장에서 가끔씩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기본적인 가정식 레시피를 하나씩 풀어놓는다. 여기에 이어 변화하는 도시의 삶을 주제로 여러가지 생활 트렌드와 이슈를 풀어가는데 너무나 재밌는 사회학 책을 읽는 것 같았다. 


과밀한 도시에서 디지털, SNS, 상업문명 속에 꽉 갇힌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 정작 본질적인 행복에 필요한 자연, 인간적인 친밀함과 여유, 꼭 필요한 것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홀가분함 등은 찾아보기 힘든 요즘이다. 나는 어렴풋이 이것이 자본주의라는 한 패러다임의 끝물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랄까 한 시대의 하강기의 모습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전 산업혁명부터 흘러온 역사와 함께 생활상의 변화를 훑어보는 것도 다른 의미가 있었다. 달이 차면 기울듯, 농경 공동체 사회에서 어떤 자유와 다양성과 해방을 찾아 도시화, 산업화를 쭉 밟아왔던 우리는 이제 다시 잃어버린 예전의 가치를 찾아 가려는 문턱에 서 있다.


도시가 완전히 멸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시 찾아야 하는 가치는 바꿀 수 없는 본질적인 것으로 너무나 중요하다. 최근에 계속 관심이 가고 있는 지속 가능한 생활, 여기에는 자연 환경과의 조화, 인간적인 소통과 교감이 어우러지는 커뮤니티, 다양한 컨텐츠와 문화 등이 모두 포함된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이 책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들을 흥미롭고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충실하면서도 무겁지 않고 재미있게 쓰여진, 근래 만난 책 중 아주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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