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행사의 모티브, 최인아 대표의 이야기
원래 취향이 매우 문학 편향인데다가 특히 비문학 중에서도 자기개발 카테고리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왠지 힘이 불끈 나게 만드는 저 제목의 책을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저자 최인아 대표 때문이었다.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 만나는 게 쉽지 않은 가운데 올해 내가 가장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대행사'의 실제 모델로 추정되는 인물이라고 하고 게다가 퇴사 후 다른 독립책방들과는 다른 꽤 영향력 있고 큰 규모의 독립책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에 너무나 흥미가 갔었기 때문이었다. 위치가 강남이 아니었다면 책방도 진즉 한번 가봤을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예상했던 대로 대단한 에너지로 가득했다. 방황하고 있는 나에게는 완전히 다른 세계 다른 사람의 얘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역시나 한 인생을 열정적으로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진솔하게 힘있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얼마 전 남편이 읽었던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베스트셀러도 일부 발췌독을 하면서 분야와 유형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산다는 것이 가장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운이 좋아 첫사랑으로 이상형을 만나는 것처럼 내가 흥미있고 적성에 맞는 직업을 하게 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못해먹겠다는 경우라면 아마도 버티지 못하고 어떻게든 다른 쪽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고 상당 시간을 이미 거기에 체류중이라면 한 50% 정도는 들어맞는 부분이 있는 걸거다. 아마 그때부터는 태도, 끈기, 오랜 시간과 경험을 들여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무언가를 이루어낸 사람들의 힘이라고 하는 것 같다. 나도 안다. 사실 재능도 중요하지만 언제나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것은 여러 단어로 표현되지만 결국 그 사람의 에너지이다.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오랜 시간, 계속해서 밀고 나가는 그 힘이 중요하다.
그 하나가 지금의 나의 업이 될지, 혹은 글쓰기가 될지, 혹은 옆으로만 다양하게 펼쳐진 나의 관심사들이 될지 난 아직도 고민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은 혼란스럽지만 이 책에서 말하듯 갈수록 줄어드는 에너지와 시간 분배 속에 우선순위를 잡아 심플라이프로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이 스티브 잡스가 얘기했던 것처럼 관련 없어 보이는 수많은 점들이 하나씩 연결되면서 하나의 결과와 목표로 이어져나가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이 합쳐져 선을 이룬다는 말처럼.
열정페이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광고업계지만, 언어, 통찰력, 트렌드, 브랜딩, 라이프스타일 등 나의 관심분야가 모두 뭉쳐진 곳이라 그런지 드라마도 이 책도 역시 재미있었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드라마 주인공의 대사들과 이 책의 말투가 묘하게 겹치는 데가 있어 대본 작가가 실제 이 회사에서 일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엄청난 열정과 에너지를 가진 전설의 인물이 쓴 이야기지만, 그만큼의 에너지가 없더라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라는 본질적 질문과 함께 누구나 읽어볼만한 책이다. 이와는 별개로 최인아 책방에서 월별로 선정하는 북리스트는 그 전부터 흥미롭게 보고 있다. 책과 글과 아날로그한 컨텐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힘 있고 영향력이 있는 독립책방의 존재 또한 힘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