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어울리며 건강하게 먹기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 40은 건강에 있어서 다들 변화가 나타난다고 하는 기점 같은 나이다. 언니 오빠들에게도 지금 친구들에게도 숱하게 듣고 또 깜짝 놀랄 일들도 생각보다 많고 그랬다. 그런 면에서 건강검진을 또 한 번 큰 탈 없이 한 건 다행이지만 몇 가지 해결되지 않은 채 마음에 걸리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당 수치였다. 관리해야 되는 경계선까지 근접해 있었다. 원래 체질적으로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단 것과 기름진 것을 먹으면 속이 안 좋고 메슥거려서 자연스럽게 많이 먹지 않았는데 이미 콜레스테롤 수치는 좀 높게 나오길래 이건 내 몸이 약한 부분이라 안 땡기는 거구나, 라고 이해했었다. 학생 때까지만 해도 주로 집에서 밥을 먹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일도 없었고 그때까지는 어리니 건강도 나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상충이 생기기 시작한 건 취업 후였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집에서 밥을 잘 못 먹게 되고 회사에서 간단히 이것저것 사먹거나 탕비실에 있는 걸 먹게 되었다. 그런 메뉴 중에 내가 원래 좋아하는 밥 혹은 밤, 고구마 같은 고소한 간식거리는 당연히 없었고 대부분 빵 아니면 과자였다. 점심을 먹고 나면 자연스럽게 카페로 이동해서 커피나 디저트를 사서 조금 얘기하다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내가 밥을 사면 커피는 저 사람이 사기도 하고 그냥 생활 루틴이어서 카페인도 당도 안 맞고 심지어 식후에 뭔가 마셔본 적이 없던 나지만 어느새 매일매일 그렇게 먹게 되었다.
그렇게 십 수년이 쌓였고 그 사이에 서양식 식단, 인공 식재료는 무섭게 범람해서 지금은 주위에 그런 걸 빼고 일반적인 한식단으로 세 끼를 먹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특히 여자들은 주말에도 맛집 멋집 카페 투어로 만나다보니 나도 모르게 입맛에 썩 끌리지 않는 메뉴도 예쁘고 기분 전환 되니까, 사람들 만나 얘기하니까 그냥 먹는 세월이 쌓였다. 원래부터 단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당뇨 위험 조심해야 한다 생각했지만 실은 애초부터 안 끌리는 사람은 더욱 안 맞는 체질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정직하니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잘 관찰하여 그에 맞게 식습관도, 생활습관도 조절해 가는 것이 건강의 비법인 것 같다.
그러나... 시대와 환경이 나와 안 맞게 흘러가면 특히 관계형 인간인 나같은 유형은 참 힘들어진다. 안 그래도 옛날 대비 과일도 더 달아졌고 우리가 먹는 원 식재료들조차 자연 그대로가 아닌 가공, 개량된 것들이 많아지는데 그 와중에 내 주위에 접할 수 있는 인스턴트 먹거리들을 보면 모두가 건강 서적에서 피하라고 하는 것들 뿐이다. 간식거리라도 좀 건강하게 먹으려면 모두 집에서 챙겨오는 수밖에 없다.
밀가루, 유제품, 당, 카페인, 알콜. 국수 수제비 만두는 좋지만 빵은 그냥 그렇고. 원래부터 저것들이 다 안 땡겼던 난 말 그대로 토종 한국인 아저씨 입맛이다. 내 입맛대로 소식하며 살았으면 몸도 훨씬 건강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원활한 사회생활에는 필연적으로 식문화가 함께 붙어 있고. 먹지도 못하는 술 때문에 회식 스트레스 받았던 것도 억울했는데 이제와서 보니 속도 안 좋은데 계속 찔끔찔끔 라떼며 과자, 빵, 각종 간단한 요깃거리들을 계속 먹어왔던 걸 생각하니 한숨이 난다.
내 몸에 맞는 식단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은 역시 사회적 동물이라 안정적인 인간관계과 소속감, 소소한 일상의 웃음을 지키며 사는 것도 건강에 대단히 중요하다. 이 시대 전반적인 생활 문화와의 괴리를 느끼며 오늘은 조용히 추어탕을 먹고 들어오는데 식당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사람들이 과일 채소값 급등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었다. 돌아가야 할 곳이 점점 희미해지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