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가 사라지는 시대
우연히 알게 되어 근 6년을 끈질기게 다녔던 나의 요가원, 인디아 요가원이 이번 주로 문을 닫았다. 요가에 관심은 있었지만 여기저기 조금씩 다녔던 학원들이 아주 맘에 딱 맞지는 않았는데 어쩌다가 이 요가원을 알게 되었다. 직장 바로 옆도 아니고 집도 애매하게 먼 위치였는데도 프로그램을 보고 그냥 찾아갔다. 번아웃이 시작됐던 때였다. 시작 후 얼마 안 있어 발목 인대 파열로 근 9개월을 쉬었고 재활 겸 다시 시작한 게 현재까지였다.
그간 수술 없이 발목 인대를 무사히 치유한 것은 물론, 두통과 생리통 등 나의 고질적인 질환들과 최근 다크호스로 부상한 목 어깨 통증까지 정말 많은 곳에 도움을 받았다. 몸과 마음이 별개가 아니듯 명상과 호흡, 식생활에서 인생관까지 그야말로 통합적인 위안을 얻었던 요가. 그 요가를 꾸준히 다양한 프로그램과 좋은 선생님들을 통해 배울 수 있었던 나의 첫 요가원이었다.
사실 큰 체인도 다녀봤었고 주변에 적지만 몇 개의 요가학원들이 있었지만 광고도 일절 없는 이곳의 소박한 느낌, 내공 있으신 원장님과 다른 선생님들,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참 맘에 들었었다. 그래서 오가는 거리가 꽤 장애였음에도 지금껏 꾸준히 다닐 수 있었다. 긴장과 스트레스로 심하게 오그라든 내 몸과 마음을 진단할 수 있었고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이 다른 어떤 일보다도 생산적이어서 참 좋았다. 누적된 내상인만큼 시간이 걸려 회복이 되면 그때는 지도자 과정도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이렇게 그룹으로 하는 학원이 큰 타격을 입었고 (그때 백신패스 적용 때 나도 3개월 강제로 못 나와서 목 어깨 통증이 매우 심해졌었다...) 그 충격과 변화는 코로나 종료 이후에도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마치... 회사에서 더 이상 부서원들끼리 식당가서 밥을 같이 먹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것이겠지.
점점 알맹이가 꽉 찬 것들이 사라지고 겉이 화려한 것들만 남는 것 같아 아쉽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홍보는 전혀 없었지만 수업도 선생님들도 너무 좋고 가격까지도 합리적이었던 곳이었는데. 비싸기만 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드 느낌의 프라이빗, 럭셔리, 예약제, 1:1 이런 건 그다지... 끌리지가 않는다. 좋은 컨텐츠는 여러 사람들과 공감대와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담 없고 생활 속에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것.
선생님들과 너무나 아쉽게 작별 인사 나누었던 지난 금요일. 마침 이런저런 이유로 변화가 많은 올해, 이렇게 요가학원까지 갑작스런 한 단락을 짓게 되어 기분이 묘했다. 앞으로 새로운 2막이 시작되겠지만 이곳에서 배웠던 좋은 내용들은 꾸준히 이어갈 것이다. 가능하다면 인연도 다시 이어지기를.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