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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Jul 24. 2019

직장 권태기

어쩌다 오는 감기가 오래간다면


이 여름의 장마가
마지막 발악을 했던 것처럼
나는 마지막 푸념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간절하게 느꼈던 일들이 더 이상 소중하게 생각되지 않고 당연한 게 돼버렸다. 값진 경험이 되었던 것들은 어느새 부당함이 되었고, 하루 종일 입에서 가장 많이 내 뱉는 건 한숨과 불만들이었다. 실수를 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내 잘못이 아니라 부정하고 회피하기 바빴고, 사람들을 만나 나누었던 즐거웠던 대화는 어느덧 누군가를 향한 시기와 질투만이 난무하게 되었다.

이러한 삐뚤어짐과 방황은 감기처럼 주기를 갖고 찾아오는 것들이라 이번에는 머무는 시간이 꽤 길어진다 생각했다. 하지만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나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월세, 관리비, 공과금, 식비...

서울에 내 이름으로 된 방 한 칸 없는 사람들은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렇다보니 정리하겠다는 마음은 수천 번이지만 실제로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일하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본다는 것이 내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다시 고민은 원점이 되어 악순환이 반복되는 날들이 계속 되었고, 그 사이 내 육체와 영혼은 점점 더 지쳐갔다.


- 너 같은 구제불능은 정말 처음 본다.

아끼는 제자에게 모진 말을 내뱉고 밤새 엉엉 울었던 그날, 드디어 수천 번의 고민은 끝이 났다. 또 다른 고민은 고민이 생기는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그렇게 서울에서 처음으로 나를 안아주었던 회사와 이별하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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